매일신문

MB 국정운영 '대전환점'

이명박 대통령이 바뀌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후 촛불시위란 복병을 만나 '불도저'란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우유부단하고, 자신감 없고, 늘 얼굴에 피곤기가 묻어나던 이 대통령이 최근 한층 당당해졌다. "국정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 그런 느낌을 주는 이유"라는 게 대통령 측근들의 일치된 견해다.

국정 주도권 회복의 자신감은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돌아온 뒤 11일 집무를 시작하자마자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했다. 방송 장악이란 비판이 예상됐지만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읽힌다.

12일 단행한 8·15 특별대사면도 같은 맥락이다. 원칙 없는 사면, 사면권 남용이란 비판을 각오하고서라도 경제 살리기를 위한 조치를 밟아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앙집권주의자란 의심을 샀던 이 대통령이 '선(先) 지방 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 완화'로 돌아선 것도 국정 운영에 대한 의지로 평가받고 있다. 지방의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이란 인식을 갖게된 때문이란 전언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의 12일 회동에서 "지역 통합을 위해 지역 인사를 적극 발굴해 요직에 기용해달라"는 건의를 받고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맹형규 정무수석에게 지역 인재 파일을 만들어 활용토록 지시했다. 지역 출신 서울 사람이 아니라 지역에 뿌리박고 살아 지역 사정에 밝은 인재를 등용하라는 것은 각 지역의 일치되고 일관된 요구였다.

지난 8일 강행한 3명의 장관 임명은 국회 정상화를 강제하는 효과를 거뒀다. 당초에는 야당과의 대립 심화로 국회 파행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거꾸로 국회 밖에서 반대만 하는 야당이란 국민의 비난이 거세졌다.

'유약한 이명박'이 '강건한 이명박'으로 바뀌도록 단초(端初)를 제공한 것은 독도다. 북한의 금강산 관광객 총격 피살 사건으로 궁지에 몰릴 위기에 처했지만 일본의 독도 도발로 오히려 국론이 통일됐다. 게다가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표기했다가 정부의 전방위적 대응으로 바로 시정된 게 큰 힘을 주었다.

유가와 원자재가의 고공 행진으로 경제 살리기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듯했으나 기대치 않게 유가 등이 조기 안정화로 나아가 다시 추진력을 되찾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 올림픽도 외부에서 불어온 순풍이다. 국민들은 박태환을 비롯한 한국 선수단에 환호하며 국내 문제에 무감각해졌고 이것이 이명박 정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박 대표가 "외국에서 좋은 소식이 시리즈로 들려온다"며 올림픽 금메달 소식과 국제 유가 및 원자재가 하락을 언급한 뒤 "분위기가 국운(國運) 융성기에 들어간 걸 느낀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다만 최근 잇따라 불거진 여권 내 비리사건, 공기업 낙하산 인사 등을 놓고 국민 시각이 따가운 것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8·15를 국면 대전환 시점으로 잡고 있는 이 대통령이 광복절날 어떤 메시지를 국민에게 던지고 국정을 풀어나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