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스타 사회학

일본 사회체육의 저변은 우리보다 훨씬 넓다. 일본 체육계가 각 종목의 저변 확대를 위해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바로 '스타 만들기'다. 일본의 스타에 대한 집착은 유별나다. 언론의 스타 챙기기도 상상 이상이다. 대중에 호감을 살 만한 외모를 가진 선수라면 민영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NHK까지 많은 시간을 할애해 보도한다. 실력 이상으로 대접하고 내세우는데 여기에 끼이지 못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차별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일본 배드민턴 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부임한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대표팀도 예외가 아니다. 어저께 여자복식에서 최대의 파란이 일어났다. 세계 8위인 스에즈나-마에다 조가 아테네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 1위인 중국의 양웨이-장지웬 조를 꺾고 사상 첫 4강에 드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런데 일본 언론들의 관심의 초점은 이들이 아니었다. 랭킹 3위의 중국팀에 완패한 오구라-시오타(세계 6위) 조였다. '오구시오'라는 애칭으로 일본 국민의 인기를 한몸에 받아온 '미녀 복식조'다.

그런데 왜 일본인들은 메달의 꿈이 무산된 이들의 패배에 더 관심을 갖고 위로했을까. 이들이 배드민턴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공헌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간 오구시오의 실력과 미모는 전 매스컴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협회공인 사진집 발간, 방송 및 광고 출연, 각종 이벤트 출연, DVD 발매 등의 활동으로 배드민턴에 관심없던 평범한 일본인들도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들이 출전하는 경기에는 관중 수가 급격히 늘었다. '오구시오' 애칭은 지난해 일본 유행어 大賞(대상) 후보에 오를 정도였다. 일본 언론은 이들이 올림픽에서는 실패했지만 공헌도만큼은 '금메달급'이라고 대놓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사정은 어떨까. 우리 체육협회와 언론의 스타 만들기는 초보 수준이다. 금메달에만 초점을 맞추고 정작 저변은 못 보고 있는 것이다. 금메달만 따면 자연히 저변이 넓어질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 때문이다. '우생순'도 그렇고 남현희나 왕기춘, 윤진희도 스타로 키우는 '스타 사회학'이 필요하다. 이들의 땀이 저변에 잘 녹아들도록 치밀하게 스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인기종목이나 메달 색깔에 따라 TV 카메라가 춤을 추고 협회가 손 놓고 있다면 사회체육의 저변 확대는 날 샌 일이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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