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컬렉션 컬렉터] (5)대구 컬렉터들

지역 대표 컬렉터들 최근 활동 주춤

지난해 6월 런던 소더비경매에서 1천910만달러에 팔린 대미언 허스트 작품
지난해 6월 런던 소더비경매에서 1천910만달러에 팔린 대미언 허스트 작품 '자장가의 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는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을 많이 수집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대미언 허스트 등의 작품을 구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컬렉터들이 어떤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집이나 수장고를 방문한 사람과 화랑 관계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대략적인 것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대구지역 컬렉터들도 예외는 아니다.

미술품 수집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섬유와 건설업이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1990년대, 이들 업계 대표들이 지역 미술계 주요 컬렉터들이었으나 지금은 거의 활동을 접은 상태다. 당시 그림을 많이 수집한 한 컬렉터는 기업이 부도난 뒤 그림을 팔아 생활을 꾸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회사 대표를 지낸 다른 컬렉터는 30여억원 상당의 그림을 사모았다. 현재 시가로는 1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화랑가의 추측이다. 하지만 그림을 팔지 않기로 유명해 시세 차익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대구지역을 대표하는 컬렉터로 알려진 A, B씨와 C씨의 컬렉션은 주춤한 상태다. 지역 미술계 인사는 몇년 전 C씨의 수장고를 방문했을 때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등 근대 한국미술 대가들의 작품을 많이 보았다고 했다. A씨는 강우문, 손일봉 등 대구 작가 작품을 많이 수집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3, 4년 전부터 이우환, 대미언 허스트 등 현대미술 수집으로 돌아섰으며 B씨는 컨템포러리 작가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소문이다. 또 다른 기업인은 미술단체를 통해 많은 작품을 구입했으나 최근에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최근 지역 미술계 큰손으로 떠오른 한 컬렉터는 2, 3년 동안 50억~60억원대의 작품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을 운영하는 남편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전방위적인 컬렉션을 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여성 컬렉터는 백남준, 로버트 인디아나, 대미언 허스트, 리히터, 루프, 펭크 등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컬렉션을 시작한 모 안과 원장은 이우환 등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블루칩으로 통하는 작가의 작품을 주로 구입하고 있으며 모 병원 원장은 쿠사마 야요이 등 대중성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구입했다.

독특한 취향을 가진 컬렉터로는 교편을 잡고 있는 D씨가 있다. 유행에 따르지 않고 대구 출신의 원로 화가 작품만 모았다. 강우문 작가의 작품만 70~80여점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대학교수는 사고 싶은 그림이 있으면 꼭 사야 하는 경우다. 월급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새로운 그림을 사기 위해서는 갖고 있는 그림을 팔아 돈을 마련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는 사고 싶은 그림이 있으며 손해를 감수하면서 갖고 있는 그림을 팔아 그림을 구매하는 컬렉터로 이름이 나 있다. 또 한 병원장은 젊은 작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얼핏 보기에 일반인들이 선뜻 사기 힘들 만큼 작가의 개성이 뚜렷한 작품을 수집한다.

대구지역 컬렉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시공, 인공갤러리다. 지금은 모두 없어진 갤러리이지만 대구 현대미술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유명 컬렉터들이 지금은 작고한 이태(시공), 황현욱(인공)씨의 도움으로 현대미술 수집에 눈을 떴다.

독립큐레이터 최규씨는 "갤러리 딜러가 존경받기 드문 현실에서, 지역뿐 아니라 한국미술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존경을 받았던 분들이 대구에 있었던 것은 지역의 행운이었다. 앞으로 뛰어난 갤러리 딜러가 많이 나와 좋은 전통을 이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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