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나 전시 같은 예술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교환되는 가치는 무형적 경험이지만 유형적 요소도 이러한 예술 경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품으로서 예술서비스의 속성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예술상품 구매자들이 가지는 욕구가 어떤 것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오히려 예술서비스가 갖추어야 할 속성을 쉽게 이해하도록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심리학자인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설'은 유용한 도구인데 힐(Hill)과 오설리번(O'sullivan)이 예술 경험에 적용한 것을 부연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가장 낮은 단계의 것으로 '생리적 욕구'인데, 이의 충족을 위해서 예술공간은 적절한 조명과 실내온도를 유지해야 하고, 깨끗한 스낵바를 운영해야 하며, 필요한 개수만큼의 화장실을 두고 잘 관리하여 고객의 본능적 욕구를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안전의 욕구'이다. 이것은 불안과 공포로부터의 해방, 질서와 안전의 추구와 관련된 것이다. 이의 충족을 위해서는 예술공간 안에 휴대품 보관소(Cloakroom)를 두어 고객들의 물품을 안전하게 보관해 주어야 하며, 주차장은 조명을 밝게 하여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비상구 표지판 등 안전 표지판은 잘 보이도록 설치함과 동시에 비상상황에 잘 대처하도록 직원들을 훈련시키는 등 공간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세 번째는 외로움과 소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과 어울리고자 하는 '소속감의 욕구'이다. 전시회의 미술작품은 친구들이나 동행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토론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이며, 예술 단체나 기관의 회원이 된다거나 예술 강좌를 수강하는 것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 회원제도는 조직을 지원하는 저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네 번째는 '자긍심의 욕구'로서 스스로 자신을 높게 생각하는 자긍심을 가지거나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말한다.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 중의 하나는 회원제도를 세분화하여 고객서비스를 차별화함으로써 특정 회원집단에 속한다는 것만으로도 고객이 자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높은 단계의 욕구로서 스스로 만족감과 행복감을 누리고자 하는 '자기실현의 욕구'이다. 이러한 욕구의 충족을 위해서 사람들은 예술에 대한 취향을 넓히고 예술에 대한 지식을 높여 결과적으로 작품을 평가할 수 있는 심미안을 가지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공연 전 작품 강좌와 토론, 작가와의 만남 등이 이러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예술 서비스의 핵심은 심미적 감흥이지만 공연이나 전시가 이루어지는 시설이나 고객 서비스의 품질도 이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관객들은 공연장이나 전시장의 시설이나 서비스가 좋지 않으면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예술행사의 질도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동엽(동구문화체육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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