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육상의 '박태환' 빨리 키우자

'수영은 스타를 키웠는데 육상은 어쩌나'

아시아를 넘어 세계 수영계를 뒤흔든 박태환의 맹활약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수영 열풍'이 불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또 다른 기초 종목인 육상은 여전히 갈길이 멀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큰 기대를 걸기 힘든 상태여서 수영계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육상에 불 것으로 보이는 '황색 바람'은 남자 110m 허들에서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중국의 류시앙, 남자 해머던지기에서 역시 올림픽 2연패를 꿈꾸는 일본의 무로후시 고지 정도로 한국과는 거리가 멀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대구에서 치르기로 한 한국에게는 세계의 벽이 여전히 높기만 한 것이다.

베이징에서는 15일부터 육상 경기가 시작된다. 수영의 박태환처럼 스타가 나오면 육상에도 새 바람이 불 수 있겠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17명이 나서는 한국 선수단의 목표는 2개 종목에서 '톱 10'에 진입하는 것. 이봉주가 출전하는 마라톤에서는 강호 케냐 선수들의 벽이 높고 남자 세단뛰기의 김덕현은 자신의 한국 기록(17m7)을 넘어야 결승 진출에 희망이 생긴다.

두 종목 중에는 그나마 마라톤이 메달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까지 37살의 노장 이봉주의 다리에 기대고 있는 형편. 4번째 올림픽에 도전하는 이봉주의 최고 기록은 2시간7분20초로 좋지만 2시간8분대에 진입했던 것은 2004년 3월이 마지막이다. 게다가 케냐는 2시간 4~5분대를 뛰는 선수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수영에 자극 받은 육상인들은 2011년을 위해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갖은 노력 끝에 잔치판을 벌여놓고 주인은 뒷전으로 밀려난 채 남들만 주인공이 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육상 현역 국가 대표와 차세대 유망주들로 '2011년 드림팀'을 이미 구성, 훈련을 하고 있다지만 3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좀 더 채찍질을 가할 필요가 있다.

베이징에서 만난 조재기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의 이야기가 더욱 귓가에 맴돈다. "수영에서 큰 일을 하나 치러냈으니 이젠 육상에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박태환같은 스타가 만들어져야 육상도 관심을 받고 선수 육성도 보다 수월해질 겁니다. 이번 올림픽이 끝난 뒤 국가 차원에서 총력전을 벌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읍시다."

베이징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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