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 태권도에서 뒤돌려차기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문대성(32·동아대 교수)이 한국인으로는 사상 첫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에 도전하고 있다.
IOC 선수위원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전체 19명의 위원 중 문대성이 도전한 선출직 위원 12명(하계종목 8명+동계종목 4명)과 IOC 위원장이 지명한 3명 등 15명은 8년 임기의 IOC위원 자격이 주어진다. 동·하계 올림픽 개최지 결정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등 IOC위원과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게 되므로 세계 스포츠계에 미치는 힘이 상당하다.
지난해 강원도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에서 러시아 소치에 4표 차로 분패한 것도 선수위원 확보에서 현저히 뒤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 선수위원이 있어 다른 위원들을 직접 접촉하며 유세를 벌일 수 있었다면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2000년 이은경(양궁)을 시작으로 2002년 전이경(쇼트트랙), 2006년 강광배(루지, 봅슬레이)가 꾸준히 선수위원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번에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IOC는 이번 선수위원 선출부터 투표 방식을 바꿨다. 5일부터 20일까지 올림픽에 참가한 1만5천여 선수들의 투표를 통해 4명을 선출하는데 1인 4표 방식은 예전과 같지만 이번부터 4표를 한 종목에 몰아줄 수 없게 했다. 따라서 수영, 육상 등 메이저 종목 선수들에게 표가 집중되던 현상이 봉쇄됐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문대성으로서는 그만큼 득표전에서 유리해졌다.
가능성을 확인한 문대성은 지난달 28일 중국 칭다오에서 요트 및 조정 선수들을 대상으로 득표전을 시작한 데 이어 31일부터는 베이징 선수촌에서 태권도복을 입고 하루 13시간 넘게 선수들과 일일이 부닥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수영의 그랜트 해켓(호주), 여자 테니스의 강자였던 쥐스틴 에넹(프랑스), 2번째 선수위원에 도전하는 조정의 아바나 캔달(뉴질랜드), 마라톤 스타 폴 터갓(케냐) 등 모두 29명이 그의 경쟁자로 나섰지만 문대성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문대성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선수촌을 돌며 인사했더니 많은 선수들이 나를 격려해주고 있다. 현지 분위기와 반응은 상당히 좋다. 다른 선수들보다 빨리 그리고 혼신을 다해 선거운동에 임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IOC는 선수위원들의 득표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언론을 통한 득표전 보도와 사진 게재는 물론, 각국의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의 격려도 일절 금지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 이에 따라 올림픽 개막에 맞춰 중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문대성 격려 일정도 급작스레 취소됐다는 후문이다.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만이 유일하게 IOC위원으로 남아 스포츠 외교력이 많이 약화된 시점에 문대성이 선수위원으로 선출돼 한국 체육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그 결과는 21일 발표된다.
베이징에서 채정민·노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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