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VD 보물찾기]뮌헨(Munich, 2005)

복수를 위한 진혼곡

4년마다 열리는'지구촌의 축제'올림픽이 중국의 베이징에서 한창이다. 하지만 평화와 인류의 화합을 추구하는 고대 올림픽의 정신은 사라지고 강대국의 논리와 온갖 상업적인 이벤트로 도배가 된 현대의 올림픽은 덩치만 커진 육식공룡의 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림픽 기간 중에 모든 전쟁을 중지하자는 UN 사무총장의 외침도 누더기가 되어버리는 현실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지난 8일 발생한 러시아와 그루지아간의 전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더럽혀진 올림픽 정신의 최고 정점은 1972년 뮌헨 올림픽때 있었던'검은 9월단'사건이다.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이 올림픽에 참가한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인질로 잡아 결국 모두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은 역대 최악의 올림픽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의 피해자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가 바로'뮌헨(Munich'2005)'이다.

조지 요나스의 1984년 소설인'복수(Veng eance)'를 원작으로 유대인의 피가 흐르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은 영화'뮌헨'은 애브너(에릭 바나分)를 중심으로 결성된 이스라엘 암살단의 복수극을 다루고 있다.'검은 9월단'사건의 처절한 복수를 위해 이스라엘은 테러 가담자 11명에 대한 암살 프로젝트를 꾸민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끝을 모르는 보복은 애브너를 비롯한 팀원들을 죄의식에 빠지게 만들고, 자신들 마저도 복수의 표적이 되고 만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는 꿈에 그리던 아카데미 영화상을 휩쓴 1993년 작'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를 기점으로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눌 수 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활극과 아카데미용(?) 영화를 동시에 만들며 쉼 없이 달려왔던 스필버그는'쉰들러 리스트'이후 좀 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아카데미 수상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스필버그의 '뮌헨'은 이러한 변화에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스필버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기나긴 대립 속에서 복수가 복수를 낳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유대인인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는 등 작가적인 성향을 맘껏 드러내고 있다. 복수가 부질없는 폭력임을 첩보 스릴러 장르를 이용해 긴장감 있게 표현하는 영화'뮌헨'은 박찬욱 감독이'복수 삼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에서 그린 인간 군상들의 나약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필버그의 때늦은(?) 진화는 오락영화 감독으로 평가절하 받던 그를'거장'의 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는 면모를 만들어주고 있다. 또한 야누스 카민스키(촬영), 마이클 칸(편집), 릭 카터(미술), 존 윌리암스(음악) 등 평생의 영화적 동지들이 뭉쳐 빚어낸 화면은 21세기에도 스필버그가 또 다른 의미의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증거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개봉 당시 평단의 호평과는 달리 미국 내 유대인들의 비난은 피하지 못했다. 덕분에 '2006년 아카데미 영화상'에선 후보에 오른 5개 부문 모두 수상을 놓치는 불운을 겪었다. 그러나 영화'뮌헨'이 던지는 피의 보복에 관한 진지한 성찰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 저 멀리 지금은 사라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보이는 충격과 함께 시간이 갈수록 가치를 더하고 있다.

다행히도 영화'뮌헨'의 DVD는 동네 대형소매점 등에서 할인판으로 저렴하게 만나볼 수 있다.'뮌헨'의 화질과 음질도 평균 이상의 품질을 보여준다. 다만 어두운 배경의 장면에서는 때때로 선명함이 떨어지기도 한다. 액션 장면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운드는 박력있게 진행되진 않지만 간간히 나타나는 폭발과 총격 장면에서의 굉음은 스피커를 터트릴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준다. 음성해설을 절대하지 않는 스필버그 답게'뮌헨'에서도 전편에 걸친 해설을 들을 수 없지만 여러 편의 부가 영상을 통해 영화의 더 깊은 의미를 알아내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김경덕(인터넷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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