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니아와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로키산맥

"로키 산맥은 꼭 가보세요!" 라고 말끝에 힘을 주며 추천하는 주위의 목소리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캐나다를 떠나기 전 반드시 여행해야 할 곳이 로키산맥으로 정해졌다. 특히 6월말~9월의 로키산맥은 만년설과 더불어 푸르른 녹음이 조화를 이뤄 아름답기 그지없다는 부연 설명이다.

여행을 떠나는 날, 가장 먼저 카메라를 챙긴다. 비록 남들보다 무겁고 커다란 카메라여서 힘들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기억의 불완전함을 채우고자 또다시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둘러매고서 집결지로 향한다. 곰돌이 푸우를 연상케 하는 인상 좋은 캐나다인 운전사 폴이 웃으며 반긴다. 이윽고 벤쿠버 시내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간 버스는 양옆의 곧고 높게 뻗은 침엽수림을 배경으로 시원하게 달리기 시작한다. 베테랑 가이드 아저씨가 마이크를 잡으시고는 구수한 한국식 영어 발음으로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신다. 캐나다의 이주 역사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와 캐나다의 외교적 관계와 앞으로의 전망까지. 로키산맥 주변에서 촬영된 영화도 꽤 많다. 람보시리즈 중 'Frist Blood'와 클리프 행어, 브로크백 마운틴 등이 로키산맥 지역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11시간동안 달리니, 영화 속에서 봤을 법한 장엄한 풍경이 끝없이 펼쳐졌다. 푸른 소나무들 사이로 붉은 빛깔이 분명해보였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소나무 제선충이 극성이라 피해가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지구온난화의 피해가 이 정도일 줄이야. 새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버스는 달리고 달려 1년의 강수량이 300mm밖에 되지않는 준 사막지대인 머릿 지방을 지나간다. 4계절이 뚜렷한 캐나다 한가운데 이런 사막지대도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다.

숙소에서 첫날을 보내고 다음날, 새벽 5시쯤 숙소 밖으로 나갔다. 동틀녘 산의 정기를 느끼고 싶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산정상 높이에 위치한 숙소 아래로 산과 산, 그리고 골짜기 사이로 구름의 강이 펼쳐져 있다. 태어나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 마치 내가 신선이 된듯한 오묘한 기분은 정말이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그 장쾌한 장관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았다.

로키산맥 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의 주요 일정은 피토레이크와 레이크 루이스, 그리고 설상차 빙하관람이었다. 갑자기 가이드 아저씨가 마이크에 대고 큰 소리로 "배야~ 배야~" 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는데 알고보니 창밖에 곰이 나타난 것을 콩글리쉬로 발음한 것. 버스 옆에서 아장아장 걸어다니던 녀석은 3분뒤 숲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곳에서는 참 흔한 광경이다. 사실 노스 벤쿠버 주택지역도 가끔씩 곰이 출현하기도 한다고 하니, 역시 캐나다는 생태계가 잘 보존된 국가인 것 같다.

가장 먼저 도착한 피토레이크. 전망대에서 오르는 순간 숨이 멎을 뻔 했다. 새파란 하늘과 조화된 흰색 구름, 하얀 눈이 드문드문 덮힌 조각같은 산과 밝은 청록색 물빛, 특히 그 물빛은 혹시 물감을 뿌려놓은 듯 파격적이었다. 이 물 빛깔은 물에 함유된 석회질 성분과 햇빛의 조화로 인한 현상이라고 한다.

뒤이어 설상차로 빙하관광을 했다. 내 키보다 높은 바퀴가 설치된 설상차를 타고서 100m 깊이의 빙하를 거슬러 올라간다. 한 여름이었고 다른 장소는 섭씨 20도 가량 이었지만 이곳은 10도 미만이어서 다소 서늘한 느낌마저 감돌았다. 이곳은 청정지역에 속해 이 빙하의 물을 한잔씩 마실 때 마다 수명이 늘어난단다. 매년 상당한 두께의 얼음이 추가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얼음의 두께가 매년 5m씩 줄어들고 있고 얼마가지 않아 빙하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고산 전망대에서 레이크 루이스를 바라볼 때였다. 자신을 영국에서 온 사진작가라고 소개한 노신사 제이크가 커다란 망원렌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What a beautiful lens!"라며 말을 건네자, 그분이 나도 한번 써보라며 렌즈를 선뜻 빌려 주셨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고가의 장비였기에 고맙다고 하고서 몇 컷 찍었다. 탁 트인 높은 산위에서 바라보는 레이크 루이스는 또다른 매력적이다. 병풍처럼 주위를 둘러싼 눈 덮힌 산들과 새파란 하늘, 그리고 뭉게구름으로 레이스 루이크의 매력은 배가 됐다.

레이크 루이스를 뒤로 하고서 우리가 향한 곳은 벤프였다. 커다란 산을 배경으로 한 작고 아기자기한 마을인 벤프는 매년 영화제가 열리는 유명한 도시다.

누군가 로키산맥에 대해 물을 때 마다'평생에 한번은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말해준다. 타고난 자연환경이 워낙 빼어나기도 하지만 그 자연환경을 유지, 관리하는 시스템이 철저했다.

최준용(경북대 경영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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