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렌드]앞날이 궁금하다-늘어나는 점집

"올해 초부터 대구시내에 역술, 타로 관련 가게가 부쩍 많아졌어요. 한집 건너 한집이 점집일껄요?"

2008년 여름, 젊은이들은'점'에 빠져있다.

역술인들은 대구 동성로에 위치한 타로점집, 사주카페 등 관련 가게만 40여개는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 비해 10여개는 늘어난 숫자.

타로와 점성술을 전문으로 하는 김혜영씨는"지난 4월 문을 열었는데, 마니아들이 많아 생각보다 잘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역술인들도 거리로 나섰다. 올해 초'사주타로'를 오픈한 역술인 김태성씨는"요즘 젊은 사람들의 역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면서 "이 때문에 외곽에서 활동중인 역술인들도 호시탐탐 도심 진입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재미있잖아요? 이런 곳에서 나쁜 얘기보단 희망적인 얘기를 많이 해주니까 힘도 나고…. 한달에 한번꼴로 찾아와요." 대학생 최준기(23)씨의 말이다. 이처럼 점은 젊은이들 사이에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편 역술인에게는 비교적 손쉽게 개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한 역술인은 "사회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큰 돈 들이지 않고 공부해서 오픈할 수 있어 사주, 타로관련 가게가 성행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길거리 점집'을 찾는 젊은이들의 고민은 뭘까. 최근 불황이 지속되면서 취업 가능 여부를 묻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 사주카페 지선애 원장은 "처음 문을 열었을 때인 6년 전만 해도 대학생들이 취업문제로 이처럼 힘들어하진 않았다. 대구의 경기도 너무 좋지 않아, 집세 내기 바쁜 자영업자들도 종종 찾는다"고 말했다.

애정문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주제. 한 타로 마스터는"요즘 30대 후반, 40대 기혼자들이 애인과의 애정문제를 들고 오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졌다. 몇년 전에 비해'불륜 커플'의 상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승진운, 이직여부 등을 묻는 직장인들이 많고 사업문제를 상담하는 중년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는다. 사주카페 지 원장은 "다른 지역에도 점집은 많지만 대구가 전국에서 사주가 제일 강하다"면서 불기운이 강한 곳이 신기(神氣)가 강하기 마련인데, 대구가 불기운이 강해 상대적으로 철학관이 많다고 풀이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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