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렌드]앞날이 궁금하다-타로점

'1층 상가만 나오면 점집이 생겨난다?'

요즘 동성로 상인들 사이에서 떠도는 말이다. 최근 역학·타로점·사주 등 관련 상점들이 동성로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젊은이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밝은 분위기의 타로점집과 사주카페가 많아지고 있는 것. 이들 가게들은 3천원~1만원이라는 비교적 싼 가격으로 자신의 운명을 훔쳐볼 수 있는 곳. 주로 10대에서 30대들 위주로 문전성시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타로점을 통해 젊은이들의 고민을 엿본다.

-단돈 3천원에 내 앞날을 본다.

오후가 되자 10,20대들로 꽉 찬다. 두 딸과 함께 온 50대 주부도 눈에 띈다. 유명세를 듣고 구미에서 왔다는 이 가족은 타로 마스터에게 건강운·애정운·직장운을 진지하게 물었다.

"생각보다 자세히 얘기해주시네요.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지만, 일단 재미있고 도움도 됐어요."한 타로 마스터 앞에 20대 여대생이 앉는다. 가장 먼저 애정운. 카드를 보자 타로 마스터는 대뜸"남자친구가 베풀 줄 알고, 리더십 있고 다 좋은데 뭐가 문제야? 언니야가 잘 삐치고 못믿네. 뭘 못믿어?"일사천리로 먼저 질문을 해오자 의뢰인은 순순히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취업운'에서 여러 가지 대화가 오간다."처음부터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만 고집하지 말아요. 운이 서서히 풀릴 겁니다." 10여분간의 상담 시간이 끝나자 여대생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여기서 한두시간 기다리는 것 쯤은 다반사. 단돈'3천원'에 고민을 털어내려는 젊은이들로 문전성시다. 대학생 김미애(22)씨는"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와 어떻게 될지, 취업은 어느 쪽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 궁금해서 타로점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타로점집들은 젊은이들의'이 시대 고민 상담소'역할을 한다. 남자친구와의 애정문제를 비롯해 친구관계, 가족문제 등 학교 상담교사에게 털어놓지 못할 고민들이 여기서 술술 나온다.

(구)밀리오레 원조타로카드 권도달 사장은"부모님에게도, 친구에게도 말못할 고민을 타로 마스터들에게 털어놓고 조언 받을 수 있어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은 99%가 여성. "전라도·경기도 등 다른 지역의 경우 타로점집을 찾는 남녀비율이 비슷한 반면 경상도 남자들은 보수적이어서인지 거의 찾지 않는다"고.

타로의 열풍은 미디어로도 확인된다. 한 케이블방송사는 시청자가 전화나 홈페이지를 통해 고민을 말하면 상담자가 타로점을 통해 고민을 상담해주는 형식의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애정문제, 직장상사와의 갈등, 주식투자 등 일상에서 겪는 고민 위주로 진행된다.

아예 직접 타로카드를 배우는 사람들도 많다. 한 인터넷 카페에는 타로 점을 배우기 위해 대구에서 회원 150여명이 모였다. 타로카드 배열법, 해석법 등 타로에 대한 웬만한 기초지식은 이곳에서 다 구할 수 있다. 타로카드, 점성술에 대한 자료도 풍부하다. 한 타로 마스터는"요즘 타로카드를 공부하고 찾는 사람이 많아서 카드를 못읽게 종류를 바꿔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