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련된 그녀, 알고보니 세균녀

지난해 프랑스에선 충격적인 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화장실에서 대변을 본 후 손을 씻지 않은 사람과 악수를 했을 경우 균의 전이 여부를 실험을 통해 밝혀낸 것. 악수를 한 73%의 사람에게서 세균이 검출됐다. 대변에서 볼 수 있는 대장균과 장내 세균인 타투멜라프티세오스, 위장염을 일으키는 카타르균 등이 다량으로 발견됐다. 대변균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악수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병원균을 옮길 확률 역시 50%에서 73%에 달했다.

습하고 더운 여름, 몸 곳곳에선 세균이 번식하고 있다. 집안과 직장, 공공 장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균의 침투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들을 알아봤다.

▷휴대전화

최근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턴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휴대전화에는 제곱인치당 약 2만5천마리의 세균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을 할 때 묻은 타액과 얼굴 피지, 각종 노폐물들이 기계의 미세한 틈 사이로 들어가 포도상구균이나 세균성 수막염균 등을 번식시킨 것이다. 주머니나 가방 등 따뜻한 곳에 보관된 데다 휴대 전화 자체에도 열기가 있어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만들어졌다. 타액과 손의 땀도 세균 번식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전문의들은 피부염과 감기, 입술에 물집이 잡히는 헤르피스 바이러스 등이 휴대전화로 인해 감염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앙기나(인두 및 편도선의 급성 염증)와 같은 바이러스성 균들도 휴대전화를 통해 옮을 수 있으므로 휴대전화 사용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권한다. 이근미 영남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는 "휴대전화 균을 막기 위해선 알코올 솜으로 휴대전화를 닦아주고, 가급적 타인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칫솔

일반인의 입 속에는 6억마리의 세균이 산다고 한다. 이 중 칫솔에 남은 물기와 화장실의 밀폐된 공기는 질병을 일으키는 연쇄상구균과 포도상구균 등을 증식시킨다. 치아우식증(충치)과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균이 배양되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이에 칫솔의 물기를 최대한 제거하고 가급적 플라스틱 칫솔 덮개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한다. 또 칫솔과 칫솔이 맞닿지 않게 하고 최소 3달에 한 번 정도 칫솔을 교환할 것을 주문한다. 경북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예방치과학 교실 최연희 교수는 "항균 기능이 코팅된 칫솔이나 자외선을 쪼여주는 칫솔 케이스 등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제품을 이용해 최대한 세균 증식을 막을 것"을 조언했다.

▷손수건

위생적인 습관의 대명사로 꼽히던 손수건이 사실은 세균의 온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심장전문의이자 건강 전문자인 프레데릭 살드만 박사는 실험을 통해 손수건에 전염성 병원균 200여 가지가 번식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살드만 박사는 "땀이나 콧물, 타액 등이 묻은 손수건이 따뜻한 주머니 속에 보관되면서 세균이 번식하고 있다"며 되도록 손수건 사용을 피할 것을 권했다. 특히 감기에 걸렸을 경우 손에 묻은 감기 바이러스가 손수건에 남고 또 손수건에 묻은 바이러스가 온몸으로 퍼져 감기를 떨치기 힘들게 만든다. 손수건의 세균을 막기 위해선 가급적 일회용 휴지를 사용하고 타인의 손수건을 빌려 쓰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돌려쓰는 립스틱과 담배, 술잔

여러 사람이 돌려쓰는 립스틱이나 담배, 술잔에는 손과 구강 내 타액 등에 감염된 균이 전파될 수 있다. 특히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원인이 되는 수막염균은 타액으로 전염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뇌를 감싸고 있는 수막에 염증이 생기는 수막염은 발열과 구토 증세를 나타내며 대개는 해열제나 영양주사로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아나 면역력이 약한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또 수막염은 예방접종을 했다고 해도 걸리는 경우가 많아 개별 위생과 주위 환경에 신경을 써야 한다.

▷부엌

주부들이 가장 위생에 신경을 쓰는 부엌이 실제로는 가장 비위생적인 곳으로 나타났다. 최근 피죤 연구소가 서울 시내의 가구를 무작위로 선정, 조사한 결과 부엌의 행주와 수세미에서 화장실 변기보다 심각한 수준의 세균이 검출됐다. 행주엔 콜레라와 식중독을 일으키는 비브리오균이 평균 20만 마리 이상 검출됐고 대장균 역시 150만 마리 이상 발견됐다. 수세미엔 비브리오균이 평균 4만 마리, 살모넬라균이 평균 600만 마리가 나왔다. 부엌의 세균을 없애기 위해선 우선 부엌을 최대한 건조하게 사용해야 하며, 수세미와 행주 등은 자주 삶고 말려야 한다.

▷화장실

미국의 게르바 교수와 윌리스 교수는 수세식 화장실의 변기 물내림 장치가 세균의 번식을 증식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 놓은 학자로 유명하다. 변기의 물을 내릴 때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에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부유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게르바 교수와 윌리스 교수는 이를 막기 위해선 변기 물을 내리기 전 반드시 변기 뚜껑을 닫을 것을 권했다. 또 화장실에서 가장 많은 세균이 번식하는 곳으론 변기 안쪽과 변기 주변 타일로 나타났다.

▷침실

사람의 비듬과 각질을 먹고 사는 진드기는 베개와 매트리스 등 침구류에 잘 서식한다. 베게 무게의 10%는 진드기와 진드기 배설물이란 실험 결과도 나와 있다.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선 우선 매트리스는 진공청소기로 청소한 다음 비닐 커버로 완전히 밀봉해야 한다. 이불커버와 침대 커버, 베개 커버 등은 6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해 주는 것이 좋다. 특히 비듬에 항상 노출돼 있는 베개 커버는 최소 한 달에 한 번씩은 세탁해야 한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프레데릭 살드만 박사의 저서 '손을 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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