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행복지수' 후진국

桑田碧海(상전벽해)의 가장 좋은 사례가 바로 한국 아닐까.

통계청이 14일 정부수립 60주년을 맞아 발표한 '통계로 본 대한민국 60년의 경제'사회상 변화'를 보면 "그야말로!"라는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반세기 전만 해도 부황으로 어린아이들 배가 올챙이배처럼 부어있었던,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우리나라는 가난과 전쟁을 극복하고 세계 12대 교역국으로 우뚝 섰다. 1953년 1인당 국민총소득이 고작 2천 원(미화 67달러)에 불과했던 나라가 지난해엔 1천863만 원(2만45달러)으로 55년 만에 무려 1만 배나 뛰었다.

'고깃국에 이밥(쌀밥)'은 지난날 우리 국민에겐 이상향이나 다름없었고, 살찐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일부러 굶고, 거친 음식을 먹으며 살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해외여행과 유학연수로 지급한 돈만도 209억 달러에 가깝다.

우리가 꿈꾸어 왔던 것보다 훨씬 더 부유해진 지금 우리는 과연 행복할까. 정부수립 60년을 맞아 한국사회학회와 MBC가 한국인의 삶에 대해 조사한 결과는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은 74.7%, 행복하지 않다는 답은 24.1%로 나타나 7년 전 조사 때보다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이 늘었다. 더구나 7년 전엔 건강과 가족이 행복의 첫째 조건이었지만 이번엔 '돈'으로 나타났다.

이번 통계는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 행복지수는 후진국 수준임을 보여준다. 마치 가난하게 살았던 사람이 큰 부자가 돼서도 여전히 가난의 기억 속에 갇혀 사는 것처럼.

그간 우리는 고도 산업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다. '돈'이야말로 성공의 열쇠라는 강박관념을 갖게 됐다. 그러나 아무리 큰돈을 가진들 타인과의 비교에선 언제나 상대적 빈곤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맹목적 집착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집착에서 집착으로 끝없이 이어지기 십상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밍웨이는 말년에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은 필라멘트 끊어진 전구처럼 공허하다"고. 지난 60년간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온 우리다. 세계가 놀라는 경제 신화를 이룬 지금 우리는 도리어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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