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기습폭우…대구경북 '허우적'

"갑자기 쏟아지는 바람에…."

대구에서는 시간당 60㎜가 넘는 폭우로 인해 상가, 도로가 일부 침수되는 등 비 피해가 잇따랐다. 경북에서는 행락객이 실종되거나 고립되는가 하면 주택,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등 예측하지 못한 호우에 피해가 컸다. 특히 기상당국의 예보가 빗나가는 바람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주민, 행락객들의 비난이 폭주했다.

◆비 피해 잇따라

대구의 비 피해는 시간당 69㎜의 강수가 집중된 15일 오후 4~5시 동·북구 등에서 주로 발생했다. 골목길 하수관거가 넘쳐 주택 일부가 침수되거나 도로보다 낮은 빌라 주차장, 노래방·주점 등 지하 업소들이 물에 잠겼다.

건물 침수 피해는 동구 신암동 3개동, 효목동 2개동, 지저동 4개동, 입석동 2개동, 방촌동 3개동, 신평동 1개동, 북구 대현1동 2개동, 대현2동 1개동 등 총 18개동에 발생했다. 동구청 측은 "직원 450명과 양수기 등을 동원해 오후 늦게 침수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북구 산격3동 대도시장과 달서구 관문시장내 구제골목 일부 구간이 침수됐다.

도로의 경우 남구가 대명1동 남대구등기소 앞, 대명동 삼각로타리 도로, 남대구세무서 앞 도로, 대명2동 소방서 인근, 대명4동 성당시장 복지회관 앞, 건들바위 네거리 등이 하수도 관거 역류로 인해 15일 오후 침수됐다, 북구 칠곡IC~읍내동 우방아파트 구간은 같은 시각 침수돼 통행이 제한됐다. 달서구 두류2동 경산병원 부근도 하수관거가 넘쳐 길이 잠겼다.

대구시재난종합상황실에 따르면 15일 오후 4시부터 16일 오전 7시까지 대구는 평균 174㎜의 강수량을 보였다. 달성군 가창이 141㎜로 가장 많았고, 서구 138㎜, 남구 122㎜ 등이었다. 경산 하양에는 210㎜, 팔공산에는 108㎜ 등이 내렸다.

경북에서는 1명이 실종되고 38명이 구조됐으며, 주택 17동과 농경지 114ha가 침수됐다. 또 의성에서는 소하천 둑이 터져 4가구 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경북도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5일 오후 9시 20분쯤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의 광음2교 밑에서 행락객이 탄 차량이 불어난 하천물에 떠내려가다 2명은 탈출했으나 김모(46·여·경기도 군포시)씨는 실종됐다. 119소방대와 경찰 등이 밤샘 수색작업을 펼쳤으나 김씨를 찾지 못했다.

또 16일 오전 3시 12분쯤 포항시 죽장면 현내리에서 계곡 물이 불어나 야영객 2명이 고립돼 구조작업 중이며, 오전 2시쯤 상주시 은척자연휴양림에서 야영 중이던 3명이 폭우에 고립됐다 40여분 만에 구조됐다.

앞서 15일 오후 6시쯤 의성군 옥산면 폭 4m의 소하천인 전대천과 입암천 둑이 유실되면서 인근 마을 15가구가 일부 침수되고 2가구가 전파 또는 반파됐다. 이로 인해 의성 점곡에서 이재민 8명(4가구)이 발생해 이웃 집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이날 의성에서는 농경지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사곡과 점곡에서 각 50ha, 봉양에서 12ha, 옥산에서 2ha 등 114ha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또 밤 사이 대전 중구 198.5㎜, 충북 영동 180㎜, 전북 익산 173㎜ 등 충북·전북지역에 큰 비가 내려 일부 도로 등이 침수됐다.

◆빗나간 기상예보에 분통

주민들은 기상당국의 예보가 또 빗나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에는 15일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평균 135㎜의 비가 내렸지만, 이날 오전 5시 예보에는 '10~4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오전 11시에도 같은 내용이었다.

대구기상대는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지 30여분 뒤인 오후 4시 30분에 뒤늦게 '호우주의보'를 발령했고 큰 비가 지나간 16일 오전 1시 10분에 '호우경보'로 대체하는 '뒷북 예보'를 했다.

대구기상대 측은 "기압골과 대기 불안정으로 인해 국지성 폭우가 내리면서 기상 예측보다 많은 비가 내렸다"고 했다. 이날 기상대 등에는 빗나간 예보에 항의가 빗발쳤다.

피해 주민들은 "기상대에서 정확한 예보만 했더라도 충분히 준비를 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짜증을 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