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동네' 베이징에서 잇따라 낭보가 날아들고 있다. 축 처진 어깨에 다시 힘을 솟게 만드는 이들은 사격 양궁 수영 핸드볼 등 비인기 스포츠 종목 선수들.
이들이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수 있었던 것은 무관심을 딛고 혹독한 훈련을 감당한 선수 개개인의 노력도 뛰어났지만 '밑 빠진 독 물 붓기'라는 냉소 속에서 비인기종목을 열심히 키워온 기업들의 노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이었다.
대구경북에 있는 기업들도 소수이긴 하지만 비인기종목 육성을 통한 스포츠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알아주지는 않지만
올림픽 사격 종목에서 16년 만에 금메달이 나왔다. 50m 공기권총 부문에서 진종오(29·KT) 선수가 해낸 것이다.
우리 사격이 정말 오랜만에 '금'을 쏜 바탕에는 대구 기업의 '노력'도 담겨 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는 대구백화점 사격단 김선일(52) 감독이 국가대표팀 코치로 참여했다. 김 감독은 권총 부문에서 국내 최고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대구백화점은 10여년 전인 1995년 사격단을 창단했다. 지역민 상당수가 대구백화점에 사격단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지만 대구백화점은 사격에 꾸준한 투자를 해온 것이다. 매년 3억원 가까운 돈을 쓴다. 지역 기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투자다.
성적도 나아지고 있다. 지난 2007년 방콕 하계U대회 때는 하길용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 대백 사격단은 국제무대에도 데뷔를 했다.
사격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첫 금메달을 쐈다. 당시 주인공은 여갑순 선수. 여 선수는 현재 대구은행 사격단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 2004년 창단된 대구은행 사격단에는 여갑순 선수가 있는 것은 물론,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나윤경 선수도 있다.
대구은행은 자사 소속 스포츠단 운영을 위해 매년 10억원 이상을 쓴다. 대구시민 프로축구단인 대구FC의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내는 돈까지 더하면 대구은행은 스포츠단 운영과 관련해 20억원이 넘는 돈을 지출한다.
◆비인기 종목 스포츠단 얼마나?
대구에 본사를 둔 기업 가운데 4곳이 실업팀을 운영하고 있다. 모두 이른바 '비인기 종목'이다.
가장 많은 실업팀을 갖고 있는 곳은 대구은행. 지역 최대 규모의 기업답게 3개의 실업팀을 소유 중이다. 사격을 비롯해, 연식정구와 마라톤팀이 있다.
대구백화점은 사격, 대구도시가스는 씨름팀이 있다. 동아백화점은 여자농구팀을 갖고 있다.
비인기 종목은 들어가는 돈에 비해 '확 띄는 홍보 효과'가 거의 없어 스포츠단 운영을 하려는 기업을 찾기 힘들다. 때문에 다른 비인기 종목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투입해 스포츠단을 운영 중이다. 대구시청 여자핸드볼팀이나 육상팀 등이 대표적 예다.
◆스포츠마케팅의 위력
스포츠단을 오랫동안 운영해온 기업들은 "들어가는 돈이 솔직히 부담이 되지만 의외로 효과가 크다"는 반응을 보인다.
대구은행 한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은 평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큰 국제대회에서 메달 박스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대회에 대구은행 소속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광고 효과가 크다"며 "대구은행 사격단 소속 여갑순 선수의 경우, 올림픽만 열리면 인터뷰 대상이 되는 터라 대구은행이 올림픽 때마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고 했다.
수도권 본사 대기업들은 비인기 종목 스포츠단 운영을 통해 이미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진종오 선수가 소속돼 있는 KT는 사격과 여자하키 선수단을 갖고 있는데 두 종목 모두 올림픽 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둬내면서 KT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한몫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양궁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자연스레 좋게 만들고 있다.
비인기 종목 후원 등 '스포츠 마케팅'의 1인자는 역시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태릉선수촌을 모든 면에서 능가하는 초대형 훈련 시설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경기도 용인시)를 갖고 있으며 레슬링, 배드민턴, 마라톤, 탁구 등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 체육 경기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스포츠마케팅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는 박찬혁 박사는 지난해 대구를 방문, "각본 없는 감동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스포츠는 강한 흡입력을 갖고 있으며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갈수록 복잡 다양화하는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이제 스포츠마케팅에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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