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의 열기 속에 해가 갈수록 기세를 더하는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제 아무리 삼복더위일지라도 예전 같았으면 선풍기나 돌리고 수박 한 덩이와 콩국수 한 그릇으로도 너끈히 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더위를 식히겠다고 너나없이 에어컨 바람을 찾게 되니, 쉴 새 없이 에어컨을 돌리는 열기가 되레 무더위를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거듭된 지 이미 오래이다. 열섬현상이니 열대야니 하는 용어도 더 이상 새삼스러운 말이 아닌 지경이 되었다.
직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어른들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당연히 이러한 날씨가 달가울 리 없다. 이런 무더위에 매일 학교를 다녀야 한다면, 학습능률을 기대하기는커녕 책상머리를 지키는 것조차 큰 고역이 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학생들에게는 여름방학이라는 것이 있으므로 아주 숨통이 막힐 일은 없어 보인다. 그러한 점에서 아주 덥거나 추울 때에 학생들을 집에서 쉬도록 해주는 방학제도는 어쨌거나 참으로 긴요하고도 고마운 존재다.
그렇다면 이 여름방학이란 것은 언제부터 정착된 제도였을까?
이에 관한 흔적을 찾아 세월을 죽 거슬러 올라가 보았더니, 1886년에 개설되어 근대식 공립교육기관의 효시를 이룬 육영공원(育英公院)의 경우 초복에서 말복에 이르는 기간까지는 방학을 실시했다는 기록이 우선 눈에 띈다.
그리고 지금부터 딱 100년 전인 1908년에 개정된 '보통학교령시행규칙'에는 '하계휴업은 7월 21일부터 8월 31일에 이름'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4월부터 신학기가 시작되던 시절이었음에도, 여름방학 시기만큼은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다만, 겨울방학은 지금과는 다르게 '12월 29일부터 다음해 1월 7일까지'로 아주 짧았다. 아마도 그 시절에는 추위보다는 더위를 월등히 더 참아내기 어려운 대상으로 여겼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것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것은 공무원들의 근무시간에 관한 자료이다.
1908년 7월 당시의 '관청집무시한'에 따르면, 대한제국 시기의 관리들은 대개 오전 9시에 출근하여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폭염이 시작되는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는 오후 1시에 근무를 마치도록 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여름철에는 반나절만 근무해도 그들의 소임은 완성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근무편제는 일제강점기에도 그대로 이어져, 하절기에는 20일간의 휴가와 더불어 정오까지 단축근무하는 형태가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일제말기에 이르러 전시체제로 들어서면서 이러한 근무시스템은 중단되고 근무시간은 계속 확장되어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영향 탓인지 해방 이후에는 대한제국 시기 이래로 줄곧 있어왔던 공무원들의 하절기 단축근무제도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정해진 시각에 출퇴근을 해야 하는 요즘 공무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참으로 꿈 같은 시절의 얘기인 셈이다.
그럼, 100년 전에 비해 방학기간이 훨씬 길어진 학생들의 처지는 좀 어떠한가?
노는 날이 많아졌으니 신선놀음인 듯도 싶지만, 현실은 꼭 그러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보충수업이니 학원수업에 내몰려 대부분의 학생들이 방학중임에도 제대로 놀지 못하는 것은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시 방학은 공부에 크게 구애되지 않고 좀 자유로운 구석이 있어야 제맛이 아닐까?
이순우 우리문화재자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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