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국시 묵고 유벨라게 많은 별 세다가 자뿟다

뭐라카노 사투리에 대한 글을 써라카나

그랑게. 내가 째매할 때 그때도 디기 더운 여름에 아부지는 맨날 나한테 소 믹이 오라고 시키는데 소만 믹이 오는기 아니라 망태에 소꼴도 한 망태 뜯어 오라 카는데 진짜 하기 싫었지. 그래도 그때는 아부지 시키는 일은 안하고는 못 배기지.

소 몰고, 망태미고 동네 나서마 나뿐만 아니라 철수도 영식이도 저거 아부지가 시키는지

나하고 똑같이 소 몰고 망태미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앞에 가고 뒤에 가며 소 믹이로 가는 일은 그림같앴지.

한 줄로 쭉 가다 마실이 보이지 않을라 칼 정도 가면 냇강에 물이 너무 좋아 소를 방천 뚝에 매놓고 뺄가벗고 잠깐 멱 감고 논다는 게 너무 재미있어. 해가 가는 줄도 모르고 멱 감다가 해가 산꼭대기서 넘어 갈라칼 때 급하게 소 먹일라네, 소꼴 한 망태기 뜯을라카면 시껍했지. 망태에 소꼴은 퍼석하게 한 망태 뜯고 소 배는 빵빵해야 하는데. 홀쪽하게 해가지고 집에 갔는데, 마침 아부지가 안 계셔서 다행이었지.

종일 물에서 놀아서 그런지 배가 왜 그리 고픈지 소를 마구간에 갔다 매고, 망태기에 소꼴을 히시던지고, 살피상에 걸터앉아 옴마가 끼리난 누런 국시, 애디호박 잔잔하게 썰어 넣고,

넓덕넓덕하게 썰은 국시 한 그릇. 누가 뺏어 묵을까봐 정신없이 묵고, 그것도 모자라, 잠시 후 옴마가 강냉이, 고구마, 양대 삶은 것을 가지고 오자 또다시 실컷 먹고, 살피상에 그대로 벌러덩 누워 그날따라 유벨라게 반짝이던 많고 많은 별들을 세아리다가 자뿟는기 얼매나 마딨게 잤는지. 자고 난게 살피상엔 아무도 없고 그렇게 많게도 반짝이던 별들도 몇 개 없고 날이 훤해지는기라. 아∼그 때가 그립네.

정성필(대구 달서구 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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