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에서 오케스트라는 비록 보이지 않지만, 대신 불쑥 솟아있어서 잘 보이는 것이 지휘자다. 물론 공연이나 극장에 따라서는 지휘자조차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머리나 어깨 정도만 오케스트라 박스 위로 나와 있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허리부터 다 나와 있어서 그 뒤에 앉았다가는 무대가 가려질 것 같은 지휘자도 있다. 어찌되었거나 오페라 공연에서 무대 속 즉 드라마 속의 인물이 아닌데도 관객들에게 노출되는 유일한 사람이 지휘자다. 이름 그대로 그는 오페라 공연을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지휘자가 튀어나와 있는 경우는 당연히 연주자들이 그를 잘 보도록 하기 위해서다.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사람들 즉 주역가수들, 조역들, 합창단들, 그리고 연기는 하지만 노래는 없는 연기자(엑스트라)들, 또한 무용수들까지 무대 위의 모든 사람들이 지휘자를 바라본다. 그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박스 속에 있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까지도 지휘자를 쳐다본다. 그들은 모두 지휘자로부터 지시를 받는다. 그들은 지휘자의 손짓 하나 동작 하나 그리고 표정 하나에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거대한 드라마를 완성해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한 명의 예술가는 지휘자다. 가수가 아무리 대스타이고 연출가가 아무리 천재라고 하여도, 오페라가 악보라는 지시물을 해석하면서 따라가는 음악 공연의 하나이기도 한 만큼 지휘자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니다. 오페라 무대 뒤에는 관객이 보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모두가 모니터를 보면서 일하는데, 그 모니터에는 지휘자의 모습이 내내 비친다. 즉 무대 뒤에서 소리만 내는 합창단도 모니터를 보면서 노래한다. 물론 합창지휘자라는 분이 따로 있지만 그도 전체 음악의 흐름을 거슬러 합창단을 이끌 수는 없으므로, 그의 눈도 모니터 속의 지휘자에게 가 있다. 과거 모니터가 없었던 시절에는 보조지휘자가 무대 뒤에서 세트 틈으로 지휘자를 쳐다보면서, 무대 뒤의 합창단이나 무용단을 지휘하곤 하였다.
오페라 공연에서 오케스트라와 무대 위의 가수들을 한꺼번에 다 볼 수 있는 사람은 지휘자뿐이다. 그는 오케스트라를 장악하면서 동시에 무대 위의 가수들에게 노래의 시작이나 포인트 등을 지시해 준다. 공연 중에 무대 위에 서보면 객석의 관객들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주로 지휘자의 모습이 보인다. 지휘자는 중앙 보면대 위의 불빛으로 인해 모습이 두드러진다. 또한 지휘자가 잘 보이게 하기 위하여 지휘자 뒤의 벽에는 식탁보와 같은 하얀 보자기를 걸어 놓는다. 어둠 속에서도 흰 천 덕분에 지휘자의 모습이 두드러져 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그만큼 수많은 배우들과 연주자들이 일사불란한 공연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휘자가 잘 보여야 하는 것이 오페라이다. 요즘의 현대식 극장에서는 지휘자의 모습이 나오는 컬러 모니터들이 요소요소에 설치되어 있다. 덕분에 가수들은 굳이 지휘자를 보기 위해 중앙으로 얼굴을 돌리지 않고도, 여러 각도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지휘자가 개성 있고 뛰어난 해석을 하기 위해서는 악보와 작곡가, 배경 등에 대해 여느 클래식 음악이나 다름없이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오페라의 경우는 여기에 덧붙여서 원작, 역사, 대본까지도 깊이 공부해야하는 것이 오페라 지휘자다. 오페라 공연의 모든 음악적 성패의 궁극적인 책임은 지휘자에게 있다.
박종호 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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