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에 접어든 올림픽의 열기가 뜨겁다. 메달을 다투는 선수들, 지켜보는 이의 마음졸임, 인간한계를 초월하는 기록들 그리고 피빛 땀방울이 뿜어내는 열기가 원래 무더운 베이징의 여름을 한껏 달군다. 승자도 패자도 즐거운 올림픽, 오히려 일찍 패배한 선수들이 더 즐겁다고 아우성이다. 천안문관장, 고궁, 만리장성, 이화원 그리고 후통골목 구석구석에 일찌감치 경기를 마친 선수들, 스텝들 , 가족들, 응원단들이 가득하다. 각양각색의 인종들, "나와 너"라는 베이징올림픽의 모토에 걸맞다. 손에 손에 올림픽기와 오성홍기를 들고, 볼이며 이마에 재미난 스티커들를 붙였다.
곳곳에 경찰인력이 눈을 부라리고 있고, 보안검사대가 설치되어 있지만 안내센터와 별반 차이가 없다. 적대감도 없고 긴장도 없다. 그냥 소품의 하나처럼 보인다. 눈 파란 아이 하나가 도열한 제복경찰에게 달려가 매달리고 사진 찍기를 청한다. 주저하던 중국 아이들까지 덩달아 달려간다. 순간 긴장하던 아이의 부모는 다정한 경찰관의 포즈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중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매사가 그렇지만 잔치 자체보다 뒷 이야기가 더 솔솔하다. 가슴 뭉클한 이야기도 많다. 올림픽 개막식이 끝나고 가장 큰 함성이 울린 곳은 기상통제소였다. 개막식날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 그야말로 십년정성 무용지물이 될 위기였다. "베이징에 진입하는 구름을 차단하라"는 특명이 하달된다. 인공강우센터가 비상체제에 돌입하고 전 인원이 경기장 주변지역에 배치되었다. 하늘에 대한 인간의 도전, 결국 인간이 승리했다. 비를 뿌릴 구름이 경기장에 접근하기 전에 미리 인공강우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더 큰 감동은 손님 접대하는 중국인들의 마음이다. 올림픽 관계자나 봉사요원들의 정성은 당연하다손 치더라도 일반 국민들의 배려가 너무 고맙다. 보통 오후2시부터 5시까지 영업을 하지 않는 베이징 식당들, 손님맞을 준비를 하고 대기하고 있다. 평소에도 정체때문에 난리인 베이징도로가 올림픽을 위해 전노선의 1차선을 비웠다. 올림픽 관계차량들이 언제든지 쌩쌩 달릴 수 있도록 불편을 감내한다. 홀짝제도 솔선수범하여 지킨다.
손해도 만만치 않다. 과일장사를 하는 장, 그토록 붐비던 과일가게에 혼자 덩그러니 앉았다. 손님도 없고 종업원도 없다. 이유를 물으니 올림픽때문에 베이징 호구가 아닌 종업원들은 고향으로 추방당했고, 경기관람 때문에 사람들도 거의 바깥출입을 않는단다. 식당을 운영하는 왕도 같은 처지다. 종업원도 없고, 손님은 더 없다. 특히 왕의 가게는 가격이 싼 분식을 주로 하는데 주고객이 몽땅 고향으로 돌아가버렸다. 그래도 중국인 특유의 자존심이 있어 변명 한 소절을 뱉는다. "덕분에 일짝 문닫고 재미난 경기 볼 수 있어서 좋다". 차분함과 냉랭함이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은 원형 새둥지경기장과 사각형 물방울경기장으로 천원지방(天圓地方)을 표현했다. 중국의 전통철학인 음양철학과 우주관을 담았다 한다. 녹색올림픽은 천인합일(天人合一), 도법자연(道法自然)의 의미라고 한다. 이것은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고대와 현재를 하나로 연결하려는 중국인들의 시도이다. 5000세의 젊은 중국으로 부활하려는 게다. 그래서 고위관료에서 일반국민까지 손님맞이에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일체가 된 중국인, 어쩌면 이것은 중국인의 입장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의 가장 큰 수확일 것이고, 세계인으로서는 가장 큰 두려움일 것이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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