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가지 많은 나무에는 바람 잘 날이 없는 모양이다. 베이징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인 중국에서는 소수 민족과 관련한 화제들이 심심찮게 뉴스에 오르내린다. 이 문제에 대해 중국 당국이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중국 언론들이 입을 다물고 있지만 외신 등을 통해 하나 둘 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13억 인구의 대국인 중국은 모두 56개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한족이 92%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8%는 55개 소수 민족. 특히 위구르족이 많이 사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중국에 시짱자치구로 병합된 티베트는 분리 독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날카로운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작은 규모의 시위들은 이어지고 있다. 15일에도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며 중국 CCTV 타워에서 'Free Tibet'이라는 현수막을 건 채 시위를 벌인 외국인 5명이 구속됐다. 13일에도 '티베트의 자유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모임' 회원 일부가 올림픽 공원 근처에서 시위를 펼치다 붙잡혔다.
중국 언론의 침묵 속에 외신을 통해 이런 사실들이 알려진 15일, 왕웨이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 부위원장 겸 대변인은 입을 열었다. 그는 "티베트는 중국의 일부이며 이는 중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아는 사실이다"며 "시위에 참가하는 이들 대부분은 외국인이며 그들은 상황을 잘 모른다. 언론이 그들의 행동에 용기를 줘서는 안 된다. 어떤 분리주의 행위들도 여기서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골치 아픈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왕 부위원장은 개막식에 자기 민족 전통의상을 입고 등장했던 소수 민족 어린이들이 모두 한족이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15일 '은하 어린이예술단' 위안 지펭 부단장의 말을 인용, 개막식에 나온 어린이 56명이 모두 예술단 소속의 한족 어린이들이었다고 보도, 파문이 일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소수 민족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는 일. 이에 대해 왕 부위원장은 "전통적 중국 공연"이라고 강변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져 보였다.
올림픽이 막 반환점을 돌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대체로 돌발 사태를 잘 막아왔다. 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어떤 일이 또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 진정한 '민족간 조화와 화합'이라는 명제를 제대로 실현시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베이징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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