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산업기능요원 제도 폐지를 바라보며

지난해 일부 연예인과 저명인사 자제들이 병역 대체복무제도를 악용한 비리가 폭로되어 대다수 국민에게 큰 허탈감을 가져다 주었다. 이로 인해 병무청은 산업기능요원에 대한 복무관리 강화방안 등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이들의 일탈 행위는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동료 산업기능요원이나 온 국민에겐 배신감을 안겨줄 뿐 아니라 이를 관리하는 당국에겐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산업기능요원은 30년 이상을 이어온 제도로 구인에 허덕이던 중소기업체에 인력난을 해소해 주는 등 그들의 노력은 개발도상국인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다. 국가적으로는 잉여 병역자원으로 산업체 인력을 지원하고, 개인적으로는 이를 통해 가계 수입원을 획득함으로써 저소득층들의 생계 안정에 일조해 왔다.

그동안 산업기능요원 제도에 힘입어 가정환경이 어려운 젊은이들은 취득한 기술 자격·면허를 가지고 일찍이 취업해 사회 경험도 쌓고 가계에 도움을 주는 건전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일부 고용주는 국방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병역자원이라는 이유로 저임금에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 그들을 혹사시키며 일반 종사원에 비해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병역지정업체는 기계·섬유·화학·전자 등 그분야가 다양하다. 이들 사업체는 작업 환경이나 복지의 정도 등은 각 업체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병무청은 정기적으로 이들 지정업체를 방문해 산업기능요원에 대한 처우와 제도에 합당한 근로여건 등을 감시·감독하고 있다.

며칠 전 병무청 시민참여위원 자격으로 병역지정업체의 산업기능요원 복무실태를 점검하는 기회가 있었다. 이들이 종사하는 생산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이들과 면담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기대 이상으로 본 제도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요즈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을 진학하지만 그들은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 후 바로 취업해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함으로써 군복무를 대신한다.

또한 의무종사만료 후에는 본인이 희망할 경우 해당 업체에서 계속 근무할 수도 있어 얼마든지 자기의 능력을 펼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해 유명인들의 비리 행태를 접하면서 산업기능요원제도에 대해 다소나마 부정적으로 각인됐던 생각을 금번 현장체험을 통해 다시금 가다듬게 했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어렵고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는 경향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병무청 담당자에 의하면 지역사회 중소기업체들의 고용 상황도 여의치 않음에도 산업기능요원에 편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계획된 인원만큼 편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본인 선택에 따라 병역의무도 대신하고 매월 급여도 받는 산업기능요원의 매력에 유인이 되지 않는 현상은 다소 의외라고 생각되었다. 아마도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나 싶다.

앞으로 병무청은 병역 자원의 감소와 병역의무 형평성의 시비를 없애고자 현행 대체복무제도를 재정비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와 사회 양극화 현상에 따른 새로운 사회서비스 수요증가에 따라 정부재정 투입과 시장에 의해 공급되는 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에 병역자원을 충원할 계획이라 한다.

2012년 이후 사회복무제도로 정책이 바뀌면서 산업기능요원은 전면 폐지된다. 어려운 일선 산업현장의 주역으로 그 자리를 굳굳히 지켜주던 병역의무자의 모습도 3년후에는 역사에 전면에서 사라지게 된다.

비록 이 제도가 시행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기회가 주어질 때면 산업기능요원에 대해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순간에도 구인에 목마른 중소기업체와 우리 경제발전에 기여한 이들의 신뢰 회복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김용현(영남이공대학 부사관과 교수·대구경북지방병무청 시민참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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