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도서관의 독도 주제어 변경을 막는 데 앞장섰던 김영기(67) 조지 워싱턴대 교수(동아시아어문학과장)는 15~17일 3일간 울릉도를 방문해 독도박물관을 둘러보고 "독도를 지킬 수 있는 해법은 명백하고 아름다운 표현력으로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우리 국민들은 독도의 주인답게 처신해야 한다"며 "한국인끼리만 알아듣는 집단시위로 목소리를 높이면 남들이 오히려 딱하게 쳐다보기만 할 뿐"이라 지적했다.
정부 초청으로 고국을 방문했다가 울릉도 현지 독도박물관을 찾은 김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독도의 주인답게 떳떳하게 행동해야지, 도둑맞은 사람처럼 처신하면 소유자라는 인상을 줄 수가 없다"며 "현재 독도에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원래 한국영토였다는 증명 자료를 모아 국제사회에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변경 움직임을 사전에 알았나.
▶한국 내의 찬사와 관심이 부담스럽다. 독도(표기)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미 의회도서관의 주제어 변경 보류가 영구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영유권 미지정'으로 분류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미국의 설명처럼 단순한 데이터베이스 정리 차원이라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에게 중요한 영토문제에 대한 기록을 당사국에 알리지도 않고 지워버린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현재 BGN은 독도를 리앙쿠르 암석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영유권에서는 '한국'과 '공해(Oceans)'로 원상회복시켜 병기하고 있다.
―다시 주제어 변경회의가 열릴 가능성은.
▶지난번 의회도서관 주제어 변경을 책임지는 분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의회도서관에서는 일단 주제어 탐색의 변경을 당분간 건드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언어학자로서 강조하고 싶다. '정치적으로 위험한 말'은 모두 피하는 것이 사회와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중요하다. 독도관련 단체들이 적극적이면서도 점잖게 그리고 조직적으로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통할 것이다.
동해는 방위개념이다. 조선해 찾기운동도 필요하다. 17세기 중반부터 사용해온 '코리아해'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표기된 외국의 고지도가 많이 있다. 일본이 조용하게 체계적으로 접근해 온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독도에 대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신한일어업협정으로 일본에 빌미를 제공했다. 문제점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스스로의 경직성에서 벗어날 것을 조언한다. 미국과 일본이 무엇이라고 하든 한국인들이 독도를 자국영토로 생각하고, 그곳에서 살고 생활하는 것이 상책이다.
일본이 들고 나오는 근거를 반박할 지식을 갖추고, 명백한 표현력으로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에서 우리 사정을 이해시키도록 인심도 사야 한다. 문화인으로서 위엄도 보여야 한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할 것이 아니라 자료를 모아서 국제사회에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져야 지켜낼 수 있다.
-독도와 박물관을 둘러본 소감은
▶독도는 정말 아름다웠다. 서도 물골에서 '먹는 물'이 난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우리말로 표현된 '물골샘'이 예부터 있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어 이번 방문 일정은 큰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독도박물관의 각종 자료에 영문 안내 표기가 절실하다. 국내 유일의 영토박물관이 국내용으로 머물 수는 없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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