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와인 한잔을 내놓아도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고명처럼 얹어서 내놓는 가게가 늘고 있다. 굳이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찾지 않아도 콘서트와 오페라, 시낭송을 즐길 수 있고 좋은 그림도 감상할 수 있다. 문화와 예술이 생활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셈이다.
△ 문화향기 어우러진 커피점
'에스프레소 꼼빠냐'는 작은 원두커피 전문점인데 커피 향과 더불어 문화의 향기가 넘쳐흐른다. 정기적으로 콘서트가 열리고, 매달 초대작가가 바뀌는 상설 그림전시도 열린다. 8월에 전시 중인 작품은 '점으로 세상을 채워 나가는' 화가 장숙경의 그림이다.
이곳에선 두 달에 한번 '시 낭송회'도 열린다. 8월 말엔 이기철 전 영남대 교수와 여러 시인이 참가하는 '시 낭송회'가 예정돼 있다. 또 고객 누구라도 미리 신청하면 '자기만의 조용한 음악회'를 열 수 있다. 단체공연, 시끄러운 공연은 제한된다.
'에스프레소 꼼빠냐' 이은정 대표는 호텔영양조리학과 교수 출신으로 '바리스타 인증서'를 갖고 있다. 가게에서 1기에 4명씩 '바리스타 교실'도 연다. 자격증 교실이 아니라 '커피, 알고 마시자'는 취지로 개설한 이른바 '커피 취미교실'이다. 손님들 중에는 음악과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유난히 많은데 원두커피 한잔을 마셔도 맛을 꼼꼼하게 구별해서 마시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커피만 즐기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예술까지 음미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 대표는 요즘 남편(이재성 영남대 부총장)과 함께 아프리카 악기 '잠베'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올 겨울 가게에서 남편과 듀엣으로 '잠베공연'을 열기 위해서다. 여기서 열리는 콘서트는 '따시딸레 콘서트'라고 불리는데 티베트어로 '당신의 행운을 기원합니다'는 의미다. 콘서트 때는 가게 앞 주차장까지 객석이 되는데 가게 안팎은 축제장이 된다. 명덕 네거리에서 경북여자정보고 쪽으로 이어지는 골목에 있다.
053)652-6329.
△ 오페라와 함께하는 식사
파스타와 와인 전문점 'O'sole'에는 홀 앞쪽에 작은 무대가 마련돼 있다. 이 무대에서는 매달 한편의 오페라가 공연된다. 배우 3, 4명으로 구성된 작은 무대지만 아마추어들이 취미 삼아 여는 공연이 아니다. 출연자들은 모두 국립 오페라단 배우들이다. 'O'sole' 임제진 대표가 국립 오페라단 공연에 게스트로 활동하면서 맺은 인연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이다. 8월 말엔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 공연될 예정이다.
3, 4명이 출연하는 오페라인 만큼 합창은 없다. 그러나 의상을 비롯해 아리아와 연기는 한편의 완성도 높은 오페라다. 또 해설자가 따로 있어 작품배경, 의미, 상황 등을 설명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적은 관객, 작은 무대만의 장점이다.
오페라 공연은 예약한 관객(60명)을 대상으로 하며 스테이크, 와인, 디저트를 포함해 입장료는 5만원이다. 안내광고 한번 내지 않지만 입소문을 따라 공연 때마다 좌석은 가득 찬다.
이 가게 대표 임씨는 이태리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그는 예술의 향기가 있는 카페를 만들겠다고 작정하고 가게를 열었다. 그의 아내와 가게 주방장 역시 이태리에서 음악을 공부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가게는 음식도 분위기도 이태리풍이다. 7월까지는 매주 금요일 저녁 마술쇼도 열렸지만 출연자의 일정 때문에 잠시 중단된 상태다. 8월 한달 쉬고 9월부터는 금요일마다 마술쇼도 계속 열릴 예정이다. 'O'sole'는 복현 오거리 근처에 있다.
053)944-7317.
△ '살롱음악회'의 참맛
레스토랑 '산책'은 66㎡(20평) 남짓한 공간이다. 그러나 공간은 악기의 '울림통'이나 다름없다. 레스토랑에는 LP, CD 음반이 4천여장에 이른다. 오페라, 현악, OST, 재즈 등 분야별로 다양하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2000년 8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1차례 이상 살롱음악회가 열리는데 지금까지 100회쯤 열었다. 사진과 그림 전시는 늘 계속된다. 모두 이 레스토랑 대표 권중혁씨가 개인적으로 구입한 작품이다. 1년에 1회 이상 작가 초대전도 연다.
살롱음악회가 끝난 뒤에는 관객과 연주자가 다과를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뒤풀이' 시간도 마련한다. 이 시간엔 간소하지만 와인과 음료를 무료로 내놓는다. 물질적으로는 손해 보는 일이지만 권중혁씨는 이 일을 즐긴다.
"문화와 예술은 함께 나눠야 합니다. 공연 끝나면 바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오늘 감상한 음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짜 재미를 느끼는 것이지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기쁘고 보람 있습니다."
권중혁씨는 문학의 향기가 흐르는 레스토랑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8년 근무한 직장을 그만둔 사람이다. 레스토랑 '산책'은 경북대 북문 맞은편에서 실내 체육관 쪽으로 50m쯤 올라가면 있다. 053)959-1626.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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