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 하려면 여러 조건들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기억력이다. 어떤 아이는 암기과목에 약하고, 누구는 기억력이 탁월하다고 한다. 또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예습과 복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예습과 복습은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기억의 생물학, 복습의 중요성
기억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저장했다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하나씩 인출해 쓰는 일련의 과정이다. 기억은 저장되는 기간에 따라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나눠진다. 단기기억이 뛰어난 아이들은 새로운 정보를 잘 외운다. 단기기억이란 몇 분 동안 저장되는 일시적인 기억으로, 용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빨리 무한한 기억공간을 가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반복적인 암송과 복습을 통해 가능하다. 오늘 배운 내용은 오늘 잠들기 전에 복습을 해두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왜냐하면 해마에 위치한 기억세포인 CA1/NMDA 수용체와 CA3/NMDA 수용체는 가소성이 있어서 새로운 신호가 들어오면 기억세포의 활동이 증폭된다. 이어서 새로운 단백질이 형성되고 영구적인 연합구조의 변화가 유도돼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 한번 유도된 기억세포는 영구적인 변화를 통해 영구 보관된다. 이렇게 해마에서 만들어진 기억은 최종적으로 대뇌피질로 전송돼 측두엽의 시각령이나 청각령 등에 영구 저장된다. 이런 전송은 잠자고 있을 때 일어난다고 한다. 낮에 학습에 의해 만들어진 해마 뇌세포의 활성 패턴이 수면상태에서 재연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잠자면서 꿈을 꿀 때, 해마에서 만들어진 기억이 측두엽에 있는 장기기억 창고로 이동된다. 그러므로 낮에 열심히 공부하였다면, 반드시 밤에 잘 자는 것이 필요하다.
◆예습, 선택적 주의력
복습과 함께 예습도 중요하다. 예습의 중요성은 선택적 주의력과 관련해 설명할 수 있다. 미리 무엇에 대해 질문하는지를 알고 있다면 답하기도 수월하다. 필요한 정보에 초점을 맞춰 정보의 홍수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습을 하면 많은 정보 가운데 현재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에만 주목할 수 있어, 단기기억이나 작업기억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단기기억의 한정성 때문에 주의집중력은 매우 중요한 결정요소다. 주의력이 떨어지면 속도가 느려지고 장기기억으로 이동하지 않아서 아이는 좌절감에 빠지기 쉽다.
◆마음의 안정도 공부에 영향
마음이 안정돼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다. 변연계는 감정조절에 중요한 곳이다.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변연계에 위치해 있다. 변연계의 기능이 불안정하면 해마의 기능이 떨어지고 결국 학습에 문제가 발생한다. 뇌 전체를 제어하는 통제센터인 전두엽 연합령에는 여러 신경전달물질들이 뻗어있다. 집중력을 관장하는 노르아드레날린, 감정을 제어하는 세로토닌 등이다. 변연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두엽 연합령 작용의 감정제어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면 불안이 온다. 대표적인 예가 시험불안이다. 감정을 담당하는 뇌인 변연계의 기능이 불안정하면 기억력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평소에는 잘 하다가 시험만 보면 망치는 학생이 있다. 적당한 불안과 긴장은 수행능력과 주의집중력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불안감이 지나치면 주의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수행능력은 점차 떨어진다. 마음이 이완돼야 공부가 잘 된다는 원리가 여기에 있다.
◆기억과 소뇌기능
운동의 기억은 대뇌가 아니라 소뇌의 몫이다. 소뇌의 기억기전은 대뇌와 반대다. 대뇌 해마의 기억이 써넣기 방식이라면, 소뇌의 기억은 지우기방식이다. 운동하다 실수가 생기면 쓸데없는 운동을 유도하는 소뇌의 시냅스가 회로에서 삭제된다. 결국 지워지지 않고 엄선된 신경세포만 남게 된다. 자전거를 타는 것이나, 구구단 외우듯이 저절로 답이 나오는 것은 소뇌의 역할이다. 대뇌의 기억력은 의식적으로 이뤄지지만, 소뇌의 일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똑같은 생각을 반복하면 대뇌에 있는 이미지가 소뇌로 복사돼 저장된다. 이렇게 복사된 내부모델은 사고작용에 또 이용된다. 소뇌는 운동기억뿐 아니라 생각기능에도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말이 바로 이 같은 원리 때문이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김성미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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