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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세상을 바꾸는 질문을 던져라!

미술작가는 질문을 하는 직업이다. 답을 찾는 직업이 아니다. 답을 찾는 직업은 수학자이며 과학자들이다. 문제를 해결해서 결론을 내버리면 이는 곧 매너리즘의 늪이며, 죽음이다.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을 추구해야 한다. 미술작가에게 본인의 작품을 명쾌하게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예술작품은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진리를 드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일상의 고정관념이나 제도에 대해 새로운 상상력과 시각으로 질문을 던지는 직업이 예술가이며 미술작가다. 때로는 이런 질문들이 사회적 관습이나 도덕에 위배되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하루라도 일찍 다른 전공을 찾아보라"고 충고할 때가 있다. 질문보다는 답을 찾는데 더 재능있는 학생들에게 하는 충고다. 부정적인 충고를 듣고는 금방 시무룩해서 원망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깨닫지 못한다. 어쩌면 미술학원에서 '족집게 속성과정'으로 훈련된 나쁜 습관이 남아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모법답안에 가까운 작업을 하는 학생일수록 미래가 없다.

과거 세잔이나 피카소 같은 작가들은 조형적인 질문을 던졌지만, 최근의 작가들은 사회의 고정관념과 행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영국작가 사이먼 스털링의 '생각의 실행에 대한 물리적 표명(2005년)'이라는 작품이 있다. 통나무 창고를 해체한 후 통나무배를 만들어서 라인강을 건너 스위스에 도착한 후, 다시 이 배를 해체하여 원래의 오두막으로 복원한 작품을 스위스의 바젤미술관에 전시했다. 이 작업에서 신선한 질문과 논쟁거리를 만들었다고 권위있는 터너상이 그에게 주어졌다. 참으로 신선한 작품이다. 영국의 뱅크시라는 작가는 루브르박물관이나 뉴욕현대미술관 등에 몰래 자기작품을 걸어놓고 얼마나 오래 걸려 있었나를 기록했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기성미술관 전시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다. 제프 쿤스라는 미국작가는 1992년 이탈리아 포로노 배우와 결혼한 후, 성행위장면을 사진과 조각으로 발표하며 기성사회 섹스와 결혼문화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한국작가 가운데 뛰어난 질문을 던진 젊은 작가를 꼽으라면, 이형구와 니키리를 추천하겠다.

하지만 최근 한국작가들 가운데 상업적으로 성공한 몇몇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질문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아예 질문이 없다고 해야 될 판이다. 질문이 없는 작품은 죽은 작품이다. 요즘 아트페어에 나가보면 꽃, 과일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농산물시장에 온 것 같다고 한다. 꽃과 과일을 그리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뻔한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이런 작가들의 작업들에서는 한국미술의 미래를 기대할 수가 없다.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혁명적인 질문을 던지는 미술작가가 언제쯤 나올까?

최규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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