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올림픽에서 첨단과학으로 무장한 장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틀 사이에 육상과 요트에서 장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며 희비가 엇갈린 선수들이 있어 화제다.
18일 육상경기가 벌어진 궈자티위창. 밤늦게까지 이어진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단연 시선을 끈 것은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였다. 많은 박수 속에 출전한 이신바예바는 결승전에서 5m05를 넘어 자신이 갖고 있던 세계 기록을 1㎝ 경신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어이없는 사고(?)로 메달을 놓친 파비아나 뮤레르(브라질)의 눈물이 있었다. 뮤레르는 결승전에서 자신이 맡겨둔 장대를 찾지 못해 경기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녔지만 장대의 행방은 오리무중. 선수가 홀로 헤매자 그제야 경기 진행요원들이 장대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뮤레르의 장대는 찾지 못했다.
경기가 30여분 중단된 가운데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뮤레르는 경기장에 준비된 예비 장대를 사용하려 했지만 화가 치민 브라질 감독의 반대로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경기 진행이 미숙했다는 비난을 받겠지만 그것이 올림픽 출전을 위해 뮤레르가 피와 땀을 쏟은 4년의 시간을 보상해 주지 못함은 당연한 것.
뮤레르의 최고 기록은 4m80. 은메달을 딴 스터크진스키가 이날 세운 기록과 같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반면 17일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 칭다오 올림픽 세일링센터에서 벌어진 요트 49er급 경기에서 요나스 바레르-마틴 입센(덴마크) 조는 요트 일부가 부서지는 악재를 딛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날 7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앞선 레이스에서 11점을 벌어놓은 덕분에 2004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케르 마르티네즈-사비에르 페르난데즈(스페인) 조를 2위로 밀어냈다.
그러나 이들의 우승은 하루가 지나서야 공인받았다. 17일 경기 직전 강풍에 요트의 돛대가 부러지는 황당한 사고로 이미 메달 레이스 출전이 좌절된 파브레 코스토프-피터 쿠파치(크로아티아) 조의 요트를 급히 빌려타고 경기를 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국제요트연맹(ISAF)은 장시간 회의 끝에 이튿날 오후에야 덴마크 조에게 금메달을 주기로 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이들은 한번도 타보지 않은 요트를 타고 완주에 성공, 우여곡절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바레르는 "우승이 인정돼 정말 행복하다. 돛대가 경기 시작 20분 전에 부러져 경기를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크로아티아의 배를 빌려 경기가 시작되기 5분 전 출발선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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