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출산·학원 선호 여파…유치원 '벼랑 끝'에 서다

사교육기관 선호, 경기불황 여파 등으로 유치원들이 원생 수가 갈수록 줄어 학급 감축, 휴원은 물론 아예 문 닫는 곳까지 생겨나는 등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유아교육학과 교수, 유치원 단체들은 학원과의 차별화를 위해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바꿔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상당수 사립유치원들은 방학기간 단축, 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08학년도 유치원 입학생은 2만7천326명에 불과해 취원율(모집 정원 3만8천940명)이 70%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최소한의 원생도 모집하지 못해 임시 휴원을 한 유치원도 전체 295곳 가운데 6곳(사립3·공립3)에 이른다. 상당수 유치원들은 지난해 원생 모집기간(12월 1~5일) 동안 정원을 채우지 못해 올 3월까지 연장해 원생을 모집했다.

대구의 유치원 취원율은 2004학년도 78%(정원 3만6천600명·입학 2만8천621명)였으나, 2005학년도 76%(정원 3만6천882명·입학 2만8천125명)로 떨어진 뒤 2007학년도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8학년도에는 6%포인트나 떨어졌다.

개원한 지 30년이 넘은 북구 A유치원은 올해 신입생이 정원(160명)의 25%인 40명에 불과했다. 10년 전만 해도 한해 160명 안팎의 원생들이 입학했는데, 갈수록 원생 수가 줄고 있다고 했다. 교사 수도 8명에서 3명으로 줄였지만 수업료로는 교사 및 직원의 인건비도 충당하기 힘들 정도다.

수성구 B유치원 원장은 "유치원들이 원생 모집에 악영향을 미칠까 싶어 쉬쉬하고 있지만 운영이 어려워 월세를 받고 유치원을 빌려 주거나 아예 문 닫는 경우도 연간 2~4곳이나 된다"고 말했다.

원생 모집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유치원들은 통학버스에 '유치원은 교육기관이며, 학교'라는 점을 강조하는 홍보물을 부착하는가 하면,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방학기간을 기존 4주에서 2, 3주로 줄이고 영어, 과학 등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대구사립유치원연합회 서태옥 회장은 "출산율 감소로 3~5세 아이들이 줄어든데다 올 들어 정부가 영어 및 영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학부모들이 유치원보다는 영어학원, 종합학원 등 사교육기관에 자녀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유치원이 원생 모집 때문에 사교육기관과 경쟁하다가 자칫 창의성 및 인성 교육을 중시하는 유아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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