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동과 서

EBS '동과 서' 제작팀·김명진 지음/예담 펴냄

사진2
사진2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절규하고 있는가'
사진1 이 중에서 두개를 묶는다면?
사진1 이 중에서 두개를 묶는다면?
사진3 사진을 찍어주세요.
사진3 사진을 찍어주세요.
▲동과 서
▲동과 서

사진1 이 중에서 두개를 묶는다면?

원숭이와 팬더, 바나나가 있다. 세가지 중 두가지를 묶어보자. 동양인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묶어 사물 간의 관계를 주목한 반면, 서양인은 같은 포유류인 원숭이와 팬더를 묶었다.

사진2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절규하고 있는가'

뭉크의 '절규'를 보여주고 물었다. 동양인은 '주변 분위기가 음산하잖아요. 저 뒤에 걸어가는 남자 두명이 이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한 것 같은데요'라고 답했다. 서양인은 '이 사람은 패닉상태에 빠졌어요.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를 느끼고 있는 거예요. 정신적으로 불안한 사람인 것 같아요'라고 했다.

동양인은 주변의 분위기와 상황을 중심으로 그림 속 인물의 상태를 묘사했지만, 서양인들은 인물의 감정 상태, 정신 상태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향을 보였다. 동양인은 인물이 처한 환경과 맥락을 고려하지만, 서양인은 개인의 내적 본성에서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버지니아공대 총기살인사건 당시 한국인들이 촛불집회를 열며 사과의 뜻을 전하고, 대통령까지 나서 세번이나 유감을 표현했을 때 미국 언론이 당황해하며 '한국인이 사과할 문제가 아니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사진3 사진을 찍어주세요.

서양인은 친구의 사진을 찍어줄 때 화면에 꽉 차도록 인물을 중심으로 찍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동양인은 넓은 구도로 인물과 배경을 함께 담아 사진을 찍었다. 여행지의 동양인들은 배경이 바뀔 때마다 같은 포즈의 새로운 사진을 찍는다. 동양인은 맥락에 따라 사물도 달라 보이기 때문에, 배경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맥락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즐기고 싶어한다. 그러나 서양인은 인물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동양인만큼 많은 사진을 찍지 않는 편이다.

#'서양인은 보려하고, 동양인은 되려한다.'(W. 셀든)

이 책은 지난 4월 방송돼 호평을 받은 EBS다큐멘터리 '동과 서'의 책 버전이다. 리처드 니스벳, 펑 카이핑, 헤이즐 마커스, 최인철 등 국내외 심리학 전문가 20여명의 인터뷰, 국내외 거주 동서양인 200여명의 거리 실험, 설문조사 등을 통해 동서양인의 차이를 밝혔다. 사진자료를 중심으로 엮은 쉽고 간결한 인문교양 다큐북이다.

언어 습관을 통한 관점의 차이, 사물과 우주를 보는 인식의 차이, 집단과 개인의 습성 차이 등 동서양인 생각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240쪽. 1만2천800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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