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생산적 노사관계를 이루려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또다시 19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하게 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세계화의 진전과 함께, 노조의 단체교섭체제도 분권화로 나아가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념적 갈등을 탈피하고 실용적인 측면을 중시하며 제도와 사회적 규범의 틀 속에서 생산적 노사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민주화 이후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대화를 거부하고 끊임없는 투쟁지향적인 노사관계가 이어지고 선진국의 문턱에서 경제 성장과 외국인 투자유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와 그에 소속된 현대차노조의 이중적 행태는 전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행동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금속노조는 외형적으로 사회적 약자와 비정규직 보호 등을 구호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노동조합 내부의 선진화되지 못한 행태로 합리적 노사관계로의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서구의 산별노조교섭은 산별교섭을 체결하면 개별 기업에서는 파업을 잘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속노조는 산별전환을 하면서 서구와는 달리 중앙교섭으로 교섭권, 쟁의권, 체결권을 중앙으로 이관하지 않고 개별기업 차원에서 여전히 교섭권, 쟁의권, 체결권을 가지려 하였다. 기업별교섭의 전투성, 현장성과 산별교섭의 집중성을 다 가지려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노조원이 수 십명인 중소기업에서 노조원이 수 만명인 대기업까지 금속산업 내부의 규모별, 업종별 차이가 워낙 다양하여 소속지부로부터 산별교섭의 중앙 집중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앙조직의 지부 혹은 지회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금속노조의 지역지부교섭은 지역별로 편차가 극심하여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 많다. 단체교섭에서 가장 중요한 임금인상과 근로조건은 개별기업 차원인 지회교섭에서 결정되고 있으나 사실상 기업별 교섭과 차이가 없고, 금속노조에서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 지부는 모태인 금속노조보다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즉, 현재의 산별교섭체제는 산별교섭의 이점도 기업별 교섭의 이점도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전국 차원인 중앙교섭, 지역단위인 지역지부교섭, 개별 기업 차원인 지회교섭 등 소위 2중 또는 3중 교섭구조로 장기간 단체교섭에 몰입되고 이로 인한 교섭비용과 사회적 비용은 크게 증가하게 된다.

자원빈약국인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제조업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신규 고용창출과 내수경기의 활성화를 위해 제조업의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대외 수출확대는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다. 현재 고유가에 수입원자재 가격 급등, 무역수지 적자로 기업의 생존은 물론 국가경제가 휘청거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현대차노조는 중앙교섭에서 돌아와 지부교섭에 들어간 지 며칠 만인 지난달 네 차례나 금속노조의 방침에 따라 2∼6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중앙교섭에 가려 현대차노사의 이슈에 대해선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면서 파업이라는 노조의 마지막 카드를 남용하여 사측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노조전임자는 선진국에 비해 전임자 수도 많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급여도 기업에서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임자들은 사용자의 전임자 급여지급을 투쟁의 성과물로 인식할 뿐이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을 도외시한 채 노조의 파업권을 남용하는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노조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노조가 좀 더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방향을 재정립하여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해 주기를 기대한다.

배성현(영남대학교 경영학부교수·전상경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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