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아파트미분양, 정부·업계 나서야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정부 공식통계로만 13만채를 넘어섰다고 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미분양에 묶인 자금만도 22조2천억원에 이르고 건설업체들이 부담하고 있는 금융비용도 연간 2천6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는 사태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6월 말 현재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해온 1만6천가구를 20% 이상 웃도는 2만800여가구로 금액으로는 6조원을 상회하고 있어 대구경제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역에 미분양 주택이 늘면서 지역 경제는 거의 고사 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건설업체와 하청업체는 물론 부동산중개업소, 유통업체, 식당 등 관련 업체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자치단체는 취득·등록세 수입 감소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고 새집을 샀다 기존 집을 처분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도 늘어나고 있는 등 심각하다.

현재의 미분양 사태는 건설업체의 경영실패가 초래한 측면도 없지 않다. 지방아파트 미분양 증가는 서울, 경기, 대구, 울산을 제외하고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2008년 상반기 평균 108%를 넘었음에도 주택 시장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건설사들이 무분별하게 과잉 공급하는 등 민간 건설업체들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다.

국민은행 연구자료에 의하면 국민들은 미분양의 원인을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아서(29.7%)와 여력이 있는 수요자가 많지 않아서(19.7%) 등으로 답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부와 업계는 지방의 미분양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지방의 산업활동은 물론 나아가 서민경제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구시의 경우 지난 5월 산업활동 중 건설발주액은 967억원(전국대비 1.1%)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72.3%, 전월에 비해서도 52.8% 감소하는 등 심각한 수준이다.(대구경북지방통계청)

이제는 정부와 건설업체가 함께 나서야 할 시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수도권 위주로만 입안되고 시행되고 있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지방에서 아무리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요구하고 건의해도 정부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방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권한이 전혀 없고 정부 정책담당자는 건의는 수용하지 않고 오직 수도권아파트 가격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는 자조적인 비판도 이 시점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로 지방에 일정 권한을 이양함으로써 더 이상 지방정부가 느끼는 무력감을 해소함과 동시에 지역 실정에 맞는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실질적인 권한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건설업계에서 주장하는 종합부동산세 분리과세,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 배제, 미분양아파트 취득·등록세 면제 확대, 미분양 주택구입 대출자금의 연말소득 공제, 건설사의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추가적인 검토도 적극 필요하다.

무엇보다 건설사들의 자구노력도 중요하다. 현재 미분양 사태의 책임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분양가격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 이미 분양가 인하와 같은 효과인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확장 등 혜택은 더 이상 수요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수지악화 우려와 미분양이 심각한 경영위기를 초래한다면 당분간은 수익구조에서 일정 부분 벗어난다는 각오까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그 어떤 정책도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다고 하나 현재의 미분양 사태는 지방경제를 고사시킬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하여 업계의 건의를 포함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추가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바란다.

임병헌 대구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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