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용불량자' 멍에 쓰는 청년 백수들

#올해 26살의 박모씨. 그는 아버지가 사업을 하다 어려움을 겪자 학자금 대출을 통해 대학 등록금을 냈다. 하지만 그는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이 안됐다. 가정 형편이 어렵다보니 대학재학기간 중 생활비를 대기 위해 신용카드까지 사용했고 학자금 대출금에다 카드 사용액까지 더해지면서 1천400만원의 원금은 순식간에 1천만원의 이자를 낳았다. 눈깜짝할 사이에 빚이 2천400만원이나 된 것. 그는 신문에서나 봤던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됐다.

#대구의 한 대학 건축과를 최근 졸업한 김모(25)씨도 대학 재학기간 중 학자금 대출을 썼다. 하지만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건설회사의 취업문이 사실상 닫혀버렸다. 건설 설비업을 하던 아버지마저 부도를 맞았고 대출금 상환은 김씨의 몫이 됐다. 취업이 안되니 대출금을 갚을 길이 없었다. 768만원의 대출원금은 이자가 붙어 1천290만원이 됐다. 김씨 역시 금융채무불이행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청년 백수 100만명 시대.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을 다닌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인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이른바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다.

대구 중구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 이 곳에는 재학 중 학자금 대출을 받았던 대학 졸업자들이 잇따라 문을 두드리고 있다. 졸업후에도 취업이 안되면서 집안 형편이 어려운 졸업생들은 빚을 고스란히 떠안게 돼 이를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 이선인 지부장은 "대학생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면서 신용회복위원회를 찾는 사람들을 별도로 분류하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상담 내용을 분석해보면 최근 이런 유형의 숫자가 늘고 있다"며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 신용회복절차를 거치면 채무액을 크게 낮출 수 있는만큼 요즘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특히 최근 경기상황이 최악의 상태로 빠지면서 학자금 대출에 의존해야하는 대학생들은 늘고 있지만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 '청년 신용불량자' 양산이 우려되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청년층은 이미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청년층(15~29세) 실업자는 전국적으로 33만4천명에 달했다. 공식적인 실업자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실제로는 실업 상태인 취업준비자가 61만명으로 이 가운데 80%(48만8000명) 이상이 15~29세라고 통계청은 추산했다. 게다가 고용동향 조사 기간 중 구직활동은 물론 취업 준비조차 하지 않고 '쉬었다'고 답한 청년층도 22만명. '청년 백수'가 104만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더욱이 '연 대학등록금 1천만원 시대'를 연데다 학자금 대출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청년 백수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 2학기 정부 보증 학자금대출금리는 7.80%에 이르러 이자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협 대구지역본부가 학자금대출 연체율을 집계한 결과, 연체율이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힘든 농어촌 지역의 연체율이 높다. 대구지역의 경우 전체 대출건수 가운데 연체가 나온 비율이 지난해말 현재 7.54%로 2005년말(6.53%)에 비해 1%포인트나 늘었고 경북도내는 2005년말 7.10%에 이르던 연체율이 지난해말에는 8.32%까지 높아졌다. 대구경북지역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아간 학생들이 100명이라면 8명은 돈을 못 갚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내 금융회사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 보증 학자금대출은 대학 졸업 직후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함께 갚는 구조여서 직장이 없는 졸업생들이라면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원금을 유예해주는 거치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