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時代를 거스르는 '메달리스트 단체 귀국'

베이징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우리 선수들이 경기를 끝내고도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한 메달리스트는 입상 못한 같은 종목 동료들이 모두 돌아가 버려 혼자서 컴퓨터게임을 하거나 선수촌을 배회 중이다. 일주일도 전에 일정을 마감한 어떤 선수는 공항까지 나갔다가 선수촌으로 다시 불려 들어간 일까지 있을 정도다. 많이들 답답해 하지만 선수단이 개별 귀국을 만류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모두가 서울에서 열리는 단체 귀국행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했다. 오는 25일 메달리스트들이 일제히 돌아와 함께 시가지를 걸어 행진한 뒤 '국민축제'에 참석하도록 하겠다는 게 당국의 계획이라는 얘기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환영행사야 나쁠 것 없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다. 곧바로 연상되는 게 규제와 억지 중심의 구시대적 사회 통제 방식이다.

세상은 바뀌었고 특히 지금의 젊은이들이 호흡하는 공기는 그때 것과 다르다. 지고도 최선을 다한 데 스스로 감격해 하던 선수들의 모습에서 이미 증명됐고, 꼴찌를 하고도 진정한 승자가 된 선수들에 더 환호하는 관중들에게서도 확인된 바다. 그 흐름을 거슬러 구식 발상에 다시 매달리고 귀국까지 막는 건 분명 퇴보이고 퇴행이다. 그건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나 할 뿐 성공할 수 없는 시도이기도 하다.

잘 시작했던 우리의 베이징 올림픽 분위기가 끝 무렵에 흐려진 모양새다. 선수들은 오랜만에 대한의 저력을 한번 더 확신케 할 만큼 국민들을 감동시켰으나 주변에서 다른 일로 재를 뿌린 꼴이다. 안 그래도 근래 들어 구식 발상들이 곳곳에서 되살아나는 조짐이 감지되는 마당이다. 이번 일을 그 반추의 계기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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