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걷고싶은 길]대구 수성구 만보산책로

온몸 적시는 숲 향기에 콧노래 '흥얼흥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월드컵경기장)엔 '만보산책로'라 이름붙은 걷기 명소가 있다. 불과 3,4년전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길이었지만 이젠 모르는 사람이 더 드물 만큼 유명해졌다.

만보산책로는 대구스타디움보조경기장에서 시작해 청계사(2km)~산불초소(3km)~봉암사(6km)~시온산기도원(8km)~봉암식당(9km)~덕원고(10km)까지 이어지는 전체 10km 코스. 처음 걷는 사람들에겐 3,4시간은 걸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코스지만 내 입맛에 맞게 거리를 조정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누구라도 쉽게 오갈 수 있는 코스는 보조경기장~청계사까지 2km 길. 자동차극장'암벽등반장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승용차가 지나다닐 만큼 폭이 넓고, 평탄하다. 1km쯤 더 걸으면 제법 큰 저수지가 눈에 쏙 들어온다. 바로 '내환지'. 산 능선과 어우러진 저수지의 풍경에 취해 걷다 보면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내환지를 지나 청계사까지 이어지는 길에선 승용차를 버리는 게 좋다. 비포장도로인데다 계곡을 흐르는 시원한 물살을 천천히 즐기려면 걷는 게 훨씬 낫기 때문.

청계사는 만보산책로에서 평지와 산길의 경계를 이루는 아담한 절이다. 절 뒤쪽으로 쭉 이어지는 대덕산 등산로는 약간 가파른 편이지만 산 정상까지 3km는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아 누구라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일단 산 정상에 오르면 골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덕원고로 이어지는 만보산책로 정규 코스는 물론 지산'범물, 가창 방면이나 청계사로 되돌아오는 코스까지 각양각색의 등산로를 선택할 수 있다. 만보산책로의 반대쪽 출발점, 덕원고 방향에서 산 정상에 오르는 등산객도 많고, 사방팔방 안 이어지는 곳이 없는 까닭에 매년 이곳은 병풍산'팔조령'비슬산'산성산'용지봉 등 9개봉을 하룻만에 주파하는 '대구9산 종주대회'의 출발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세명(56'대구 수성구 사월동)씨는 "승용차를 타고 와 대구스타디움에 주차한 뒤 산 정상까지 오르는데, 날씨가 몸 상태에 따라 다시 돌아오거나 덕원고까지 걷는 2가지 코스를 즐긴다"며 "가창 방면 길은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지 않아 아마추어에겐 조금 힘든 코스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등산객들이 꼽는 만보산책로의 최대 장점은 일대 어느 길이든 양편으로 늘어선 아름드리 나무에서 맘껏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대구생명의숲과 중구시니어클럽의 숲생태해설사업단이 두달 전 만보산책로 구간에 있는 상수리'산사'비목'감태'고욤나무 등 70여종의 산림수목에 이름표를 달아 생태공부까지 할 수 있다.

주부 강정애(45)씨는 "일주일에 두번씩 찾아 평일 2시간, 주말 4시간씩 걷고 있다"며 "숲향기에 온 몸을 적시는 묘미에 저절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고 했다.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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