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칠곡군에는 주민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낭보'가 날아들었다. 지식경제부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가 칠곡을 '양봉특구'로 지정한 것. 칠곡 지천면 창평리 416번지 외 76필지 220만㎡가 양봉특구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2013년까지 국비 50억원, 도비 20억원, 군비 30억원, 민자 20억원 등 모두 120억원이 투입돼 칠곡은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양봉단지 및 양봉체험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칠곡은 우리나라 최대의 벌꿀 생산지. 440여 농가가 2만여통의 꿀벌을 키우고 있다. 한해 생산되는 꿀의 양은 708t이며 수익은 238억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벌꿀시장의 10% 정도를 차지한 적도 있지만 최근 들어 다른 지역에서도 양봉을 시작함에 따라 지금은 비중이 6%로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 최대의 양봉단지란 위상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칠곡이 국내 최대의 양봉단지가 된 데엔 꿀벌이 꿀을 따는 나무(밀원수)인 아카시아가 많은 덕분. 2천900ha에 걸쳐 870만 그루의 아카시아가 칠곡에 분포돼 있다. 전창우 칠곡군농업기술센터 축산특작담당은 "우리나라 경우 남에서 북으로 봄이 오는데 기이하게도 칠곡의 아카시아가 가장 먼저 꽃이 핀다"며 "꽃이 피는 5월의 낮 기온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을 그 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칠곡 양봉농가에서 생산되는 벌꿀은 '꿀이네' '칠곡벌꿀' '안상규벌꿀' 등의 브랜드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밀원인 아카시아가 풍부한데다 양봉농가의 기술이 뛰어나 다른 어느 지역에서 생산되는 꿀보다 좋은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는 게 칠곡군의 얘기다. 우선 칠곡에서 나오는 벌꿀은 각종 비타민과 여러 종의 미네랄 등 주요 영양소가 그대로 살아 있다.
열을 가하는 등 인위적으로 수분을 제거하지 않고 벌통 안에서 벌들에 의해 농축, 숙성이 이뤄질때까지 기다렸다가 채밀을 한다는 것. 덕분에 원래의 맛과 향, 빛깔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주요 영양소가 그대로 살아 있다. 또 설탕이나 다른 성분이 혼합되지 않은 꽃꿀이란 것도 칠곡 꿀의 자랑거리다.
양봉특구 지정에 따라 양봉농가와 칠곡군 등은 올해부터 2013년까지 특화사업을 차곡차곡 진행, 칠곡을 세계적인 벌꿀 단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14일 칠곡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양봉산업발전을 위한 간담회'에는 양봉농가와 함께 이인기 국회의원, 배상도 칠곡군수 등이 참여,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양봉 농민들은 "벌꿀의 생산원이 되는 밀원수 식재, 양봉농가에 대한 기술 보급, 채밀장비 확보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양봉특구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지금은 아카시아가 칠곡을 대표하는 꿀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헛개나무꿀이 칠곡을 상징하는 꿀로 등장할 전망이다. 양봉농가와 칠곡군이 앞장서 4,5년 전부터 헛개나무를 심기 시작해 현재 180ha에 걸쳐 26만 그루의 헛개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전 축산특작담당은 "헛개나무 꽃에서 딴 꿀은 사람의 간에 좋은 물질이 포함되는 등 약리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으로 산과 들에는 물론 가로수로 헛개나무를 심어 아카시아에 버금가는 밀원수로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2,3년이 지나면 헛개나무꿀이 본격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
아카시아꽃의 개화시기는 5월 5~20일, 헛개나무꽃의 개화시기는 6월 20일~7월 20일로 그 시기가 달라 꿀이 섞일 염려가 없고, 두 차례에 걸쳐 꿀을 딸 수 있는 장점도 있다는 것. 또 헛개나무는 꿀의 생산량이 아카시아보다 2.5배 정도 많은데다 나무 등은 한약재로 사용되는 등 그 부가가치도 매우 크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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