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승자와 패자

지구촌 최대의 한마당 잔치인 베이징 올림픽 열전 17일의 막은 내려가고 있다.

스포츠만큼 승자와 패자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도 드물다. 승자의 환희와 패자의 절망을 화면을 통하여 매일같이 보고 있다. 오늘의 이 영광을 위하여 선수 모두가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승자는 평생 동안 부귀영화와 명예를 가질 수 있지만 패자는 그림자같이 사라져야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정권을 빼앗기 위해서, 여당은 정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피나는 싸움을 하고 있다. 선거에서 이기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지만 지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

입학, 입사시험에서 승자는 영화를 누릴 수 있지만 패자는 열등의식, 좌절과 실망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대부분의 승자들은 내가 잘했기 때문에, 또는 부모님이나 지도 선생님의 도움으로 오늘의 영광을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승자를 만들어준 일등공신은 패자다.

어떤 시합도 시험도, 경쟁사회에서는 상대를 잘 만나야 한다. 내가 이길 수 있는 것은 상대가 나보다 약했기 때문이다. 나보다 강자를 만났다면 필연적으로 지게 되어있다. 때문에 승자의 일등공신은 나보다 약한 패자다.

월드컵 4강 일등공신은 히딩크가 아니다.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스페인 선수 호아킨이다. 호아킨이 실축을 하지 않았다면 월드컵 4강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이번 남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안겨준 것은 이탈리아 네스폴리 선수의 실수가 결정적이었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보다 약한 상대를 만나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내가 잘나서, 내가 이겼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지금 이 세상은 승자의 것이다. 승자의 독식과 오만과 과오로 멍들어가고 있다. 세상을 살찌게 하는 것은 오히려 패자다. 승자는 패자에게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스포츠가 국위선양을 한 것과 같이 이제 문학이 국위선양을 할 때가 되었다. 그 원동력은 독자에게 있다. 국민이 스포츠를 성원해준 것과 같이 문학도 성원해 주어야 한다. 죽어가는 문학을 살려내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나라가 된다. 우리나라 우수한 작품이 많이 번역되어 세계 여러 나라에 알려져야 한다. 노벨 문학상은 우리의 희망이다. 일찍이 인도시인 타고르는 동방의 등불 코리아를 부르짖었다.

송일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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