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4학년 가을에 나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엄마는 내가 두 살 때 돌아가셨고, 아빠는 고기잡이배를 탔다가 실종됐다. 사람들은 우리 집을 '대안가정'이라고 한다. 아마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위탁아동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동화의 한 대목이다. 이혼, 질병, 가출, 학대, 빈곤, 사망 등 갖가지 이유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대안가정은 가정을 잃은 아동을 친가정을 대신해서 일정기간 보호하고 양육하는 가정을 말합니다."
대안가정운동본부 이수형(48·공인회계사·세무사) 이사장은 지난 1995년부터 대안가정운동을 펼치고 있다. 가정을 잃은 아이들에게 가정의 따뜻함을 선물하는 대안가정의 아버지다.
현재 대안가정은 20여가정. "어떤 분들이 대안가정을 신청하느냐?"고 묻자 그는 "부자는 아무도 없고요."라고 운을 뗐다. 대부분이 평범한 가정이다. 직장인에 농부도 있고, 종교인도 있다. "자격은 따로 없지만, 자녀 양육 경험이 있고 일정한 수입원이 있는 가정을 우선으로 한다"고 했다.
특히 위탁 아이와 정이 드는 것이 가장 힘든 일. 일반적으로 1, 2년간 위탁하는데, 5년이 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최근 갓난아이를 3년간 위탁한 가정이 친부모가 재결합해 데려가는 바람에 무척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운동의 계기를 묻자 그는 "인연이죠."라고 했다. 지난 1995년 대구의 한 보육원의 보육사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해 집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2천500만원짜리 전셋집을 구해주면서부터다. 이때 10여명의 집 잃은 아이들을 키웠다. 그 보육사가 지금 대안가정운동본부의 사무국장인 김명희씨다.
이후 2002년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의 권유로 법인으로 만들어 시민운동으로 확대. 그동안 보살핀 아이들이 40여명이 넘는다.
"주위 분들의 관심과 배려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변호사 10여명이 아이들을 위해 법률 자문에 응해주고 있고, 치과 소아과 등 의료지원을 해주는 의사도 10여명이다. "주치의 제도를 두고 있어 예방접종이나 치과 진료를 무료로 해주고 있습니다."
후원은 300여명. 월 5천원에서 20만원까지 후원금이 다양하다. 매년 1회 정기 후원의 밤 행사에도 화가들이 작품을 기증해 이날 경매로 팔아 후원금으로 쓰기도 한다.
현재 가장 큰 과제는 고학년 아이들을 위해 그룹 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룹 홈은 초교 고학년의 아동이나 일반 가정 위탁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집이다. 미취학 아동들의 경우 월 30만원의 기초생활보장 수급비로 충당되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학원비 등을 우려해 위탁을 꺼리는 편.
"현재 전셋집 한 채를 그룹 홈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늘어 증설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사재가 들지 않느냐?'고 묻자 "사실 좀 들죠. 그래도 아이들이 착실하게 커가는 것을 보면 보람이 더 큽니다."라고 말했다.
"좋은 일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위기에 처한 생명을 아무 조건 없이 가슴으로 품고 사랑으로 양육하고 있는 대안가정 가족 여러분이 그런 분들입니다."
053)628-2592, http://www.daeanhome.org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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