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진(20·삼성에스원) 선수가 경기 종료 3초 전 극적인 '금빛' 돌려차기로 금메달을 따는 순간 경산시 중방동 손 선수의 집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손 선수의 할아버지(손양호·73)는 손자의 이름을 부르며 "우리 손자 최고"라고 손을 번쩍 치켜들었고, 할머니 김화자(69)씨는 감격에 목이 메어 "태진아, 축하한다. 수고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동생이 다닌 경북체육중과 경북체육고에서 유도를 했던 형 태성(25)씨도 "경산 중앙초교 4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세계정상에 우뚝 선 동생이 너무 장하고 자랑스럽다"며 울먹였다. 잇단 악재와 부상을 극복하고 따낸 값진 금메달이어서 가족과 친지들의 감격은 더욱 컸다. 그들은 오랫동안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기쁨을 나누었다.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베이징에 간 부모 손재용(47)·김정숙(46)씨도 아들의 경기가 있을 때면 한번도 빠지지 않고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을 정도로 열정적인 뒷바라지를 해왔다. 이들 부부가 아들의 응원을 위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때에는 할머니가 대신 가게를 볼 정도로 가족들이 서로 도우고 격려했기에 이날의 감격은 남달랐다.
손 선수가 태권도를 배우게 된 동기는 몸이 약해서였다. 건강하게 자라라고 이모부가 초교 4학년 때 태권도장에 데리고 가면서부터다. 당시 그를 지도했던 손수환(38·경산 중앙태권도체육관장)씨는 "말수가 적은 과묵한 성격이었지만 도복만 입으면 투지와 근성이 있는 연습벌레였다. 초등학생시절부터 각종 경기에서 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낸 선수"라고 말했다. 중·고교때 손 선수를 가르쳤던 강철규(40·대구 강북고 코치)씨는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해서 운동을 좀 덜하도록 하기 위해 가벼운 발목 부상에도 깁스를 시켰지만 깁스를 한 상태에서 혼자 운동을 계속할 정도였다"고 했다.
경북체고를 졸업한 손 선수가 삼성에스원 입단 첫해인 지난해 대표팀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만 해도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 이후 꼬리를 문 악재에 시달렸다. 금메달이 기대됐던 200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회전 탈락의 아픔을 겪었고, 실업선수가 대학선수로 뛸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의 선수등록 규정에 따라 대학을 자퇴해야만 했다. 올림픽 세계예선에서는 16강에서 팔꿈치 탈구의 치명적 부상을 입었고, 세 차례 열린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의 재경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해 기어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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