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내버스 CCTV 효과 좋다

요금 실랑이·소매치기 "꼼짝마!"

#지난달 28일 오전 11시쯤. 대구 북구 구민운동장 방면으로 운행 중인 한 시내버스 기사가 불친절하다는 신고가 대구시에 접수됐다. 하지만 시 관계자가 버스 안 CCTV를 확인해보니 신고 내용과 달랐다. 한 남자승객이 현금 1만원을 내고 거스름돈 8천900원을 요구하자 버스기사는 잔돈이 없다며 내려달라고 했다. 이 남자는 뒤늦게 주머니에서 현금 1천100원을 내밀면서 버스기사와 말싸움을 했다. 결국 경찰까지 출동해 다툼을 말렸다. 그 과정이 모두 CCTV에 기록돼 있었다.

#지난 6월 중순 오후 한 시내버스 안. 버스 안에서 운전기사의 지갑을 누군가 빼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CCTV로 확인한 결과 범인은 기사 좌석 뒷자리에 앉아있던 승객이었다. 그 승객은 운전석에 걸어놓은 기사의 윗도리에서 지갑을 슬쩍했다. 대구시는 이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경찰에 넘겨 결국 검거할 수 있었다.

시내버스 CCTV가 방범과 안전 측면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버스운송사업조합이 지난해 말부터 지난 4월 말까지 대구 시내버스 1천658대에 CCTV 4개씩을 설치하면서 안전사고 예방이나 버스내 각종 사건·사고의 증거자료로 활용되고 서비스 개선 효과도 내고 있다.

한 시내버스 기사는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승객과 애꿎은 시비가 붙어 힘들 때가 많다"며 "CCTV가 설치되면서 불필요한 시비를 벌이지 않게 됐고, 필요한 경우에는 증거물로도 쓸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했다.

CCTV는 버스 안에 2개, 버스 밖에 2개가 설치돼 전·후방을 비추고 기록되기 때문에 교통사고나 버스 내 각종 안전사고 등의 예방 및 증거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승객들은 CCTV가 설치돼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CCTV의 크기가 어른 손가락 한마디와 비슷할 정도로 작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시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소매치기, 폭행 등 범죄나 교통사고 증거자료 등으로 모두 44건의 CCTV 기록물을 제공했다. 시내버스 CCTV는 각종 불편신고와 교통사고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대구시는 정류장 미사용, 승차거부, 승객 안전준수 위반 등 불편신고 현황을 보면 지난해 623건(230, 194, 199건)에서 올해 434건(137, 130, 167건)으로 30%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도 각각 474건에서 334건으로 줄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인권 침해라는 이유로 반대도 있었지만 CCTV로 인해 여러 불합리한 일들이 개선되고 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대전, 광주, 인천, 울산 등에서도 버스 안팎에 CCTV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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