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30대 남녀 열명 중 네명 "난 너무 잘났어!"

20, 30대 남녀 10명 중 4명은 스스로 잘났다고 여기는 '자뻑' 성향을 갖고 있으며, 특히 여성은 절반가량이 그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8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뻑 성향을 가진 사람은 41.2%였다. 여성은 50.5%, 남성은 34.5%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보다 낫다고 느끼거나 일처리를 잘했을 때 또는 칭찬받았을 때 '스스로 너무 잘났다'고 여기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그렇다'거나 '거울을 볼 때마다'라고 답한 사람은 중증 환자 수준의 자뻑 상태가 아닐까 싶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자뻑 코드'에 대해 10명 중 6명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주위 사람에 대해서는 '짜증난다'는 답이 3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한 TV 프로그램 제작진이 10~70대 여성 1천2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했다. 내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남자들의 행동'. 10대와 20대는 자뻑과 허풍을 1위로 꼽았다. 한마디로 잘난 척하는 꼴은 봐주기 싫다는 뜻이다.

회사 생활에서도 지나친 자아도취는 해롭게 작용한다. 지난 2월 취업포털 '커리어'가 3년차 이상 직장인 8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62% 이상이 '후배 눈치 보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20% 가까운 응답자가 '조금만 칭찬해주면 한없이 빠져드는 자아도취'라고 답했다. 워낙에 '똑똑하고 잘나신 후배님'들이 많은 탓에 말 못할 속앓이만 한다는 얘기다. 한 중견업체 장모(36) 과장은 "일이라도 잘 해놓고 '제가 좀 똑똑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면 귀엽게라도 볼 텐데 밑도 끝도 없이 잘난 척하는 후배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며 "행여 핀잔이라도 주면 속좁은 선배로 찍힐까봐 말도 못한다"고 했다.

자뻑 증상이 이성 간에 묘한 매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놀랍다. 여성들은 '잘난 척'하는 남성에게 겉으로는 눈꼬리를 치켜세우며 '웃기고 자빠졌네'를 연발하지만 속으로는 '자신감이 넘치는 걸'하며 은근히 매력을 느낄 수도 있단다. 최근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여자들은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뉴멕시코대학 피터 조너슨 박사의 연구 결과, 나쁜 남자가 갖춰야 할 '어둠의 3요소'는 자아도취, 쾌락 추구, 사기성이라고. 너무 잘난 나머지 여성에게 전화 한 통 먼저 걸지 않는 '자뻑' 남성에게 여성은 오히려 매력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이런 남성들은 자녀 양육에 얽매이기 싫어하고 더 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갖고 싶어한단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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