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태환·장미란도 안될 걸" 생활 속의 별난 최고들

올림픽이 한창인 베이징에서는 연일 세계 최고 기록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세계 최고 기록이 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남보다 조금은 별나고 특출한 능력으로 세계 기록에 도전하는 이웃들도 적지 않다. 생활 속에서 한국 최고, 세계 최고에 도전하는 사람들. 한국 기네스 기록을 통해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기록에 도전하는 사람들

지난 20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이색적인 도전이 벌어졌다. 에너지의 날을 맞아 시민들이 함께하는 '통기타 합주 퍼포먼스'가 열린 것. 가수 한대수의 지휘로 시민 2천20명이 5분 동안 동시에 '행복의 나라로'를 연주함으로써 세계 기네스 기록을 세우겠다는 시도였다. 이날 도전은 아쉽게도 521명이 모여, 기록을 세우는 데 실패했다. 한국기록원에 따르면 최다 기타 합주 부문의 세계기록은 지난해 6월 독일에서 수립한 1천876명.

지난 3일 부산 해운대에서는 맥주를 이용한 갖가지 이색적인 도전이 펼쳐졌다. 빨대를 이용해 맥주 1천cc 빨리 마시기 대회에서 이정훈씨가 32초50으로 한국 최고 기록을 세웠고, 김병식씨는 2분 동안 무려 맥주 1천860cc를 마시는 괴력(?)을 발휘했다. 지난달 SBS '스타킹'에 출연한 김기영(31)씨는 '수박씨 옮기기'에서 한국 최고다. 김씨는 이날 방송에서 1분 동안 수박씨 132개를 빨대로 옮기는 놀라운 진기를 선보였다. 얼굴에 빨래집게를 많이 집기로는 국민MC 유재석이 기록 보유자다. 유재석은 지난 5월 MBC '무한도전'에서 온 얼굴에 빨래집게 26개를 집는 고통을 참아냈다.

한국의 기록을 정리하고 세계기네스협회에 등록 자문을 하는 사단법인 한국기록원에는 매일 2, 3명씩 온갖 기인들이 도전장을 내민다. 그러나 실제 도전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한달 2, 3건에 불과하다. 한국기록원 관계자는 "어떤 분야이든 최초, 최고, 최대, 최다 등은 도전 대상이 된다"며 "사진이나 영상 등 증거 자료가 있거나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고, 기록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검증 후 정식 기록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어떤 기록들이 있을까

현재 한국기록원에 등재된 한국기록은 170여건, 세계 기록은 15건이다. 세계 기네스로 인증을 받은 기록은 김주리(17)양의 판소리이다. 김양은 11세 때 최연소, 최장시간(9시간 20분) 연창으로 세계 인증을 받았다. 경남 의령의 전통놀이인 '큰줄 땡기기'에 사용되는 볏짚으로 만든 줄도 세계에서 가장 큰 줄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2005년 의령 '의병제'에 등장한 이 줄은 길이 251m, 둘레 5∼6m, 무게 56t으로 천연 소재로 만든 가장 큰 줄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떡'도 한국 기록이 세계 기네스의 한자리를 차지한다. 2006년 충남 당진에서 신성대 식품경영학과 곽성호 교수와 학생들이 만든 당진 떡은 무게 3.68t, 둘레 11.03m, 지름 3.7m, 높이 0.4m에 이른다. 떡을 만드는 데 쌀 2천500㎏이 들어갔다.

정진군(68)씨가 4개월에 걸쳐 만든 동전벽화도 세계 기네스 기록 등재를 앞두고 있다. 정씨는 10원짜리 11만개를 이용해 가로 6m, 세로 4m의 태극기 벽화를 제작했다. 현재 최대 동전벽화로 알려진 미국 성조기는 19.4㎡이다.

'오랜 시간 노래부르기' 부문에서는 김석옥(52)씨가 59시간 48분간 노래를 불러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김씨는 지난해 2월 사흘 동안 무려 979곡을 불렀으며 잠을 거의 자지 않고 물 10ℓ와 죽, 커피 등으로 버텼다. 또한 60분간 노래하면 5분간 쉴 수 있다는 기네스북 규정에 따라 첫날 14시간을 이어 노래하고 70분간 쉬기도 했다.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려면?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려면 한국기록원 홈페이지(www. korearecords.co.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우리나라에 기네스협회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기네스협회는 '인증서 남발'을 이유로 2001년 세계기네스협회로부터 인증 및 출판계약을 해지당했다. 채산성이 맞지 않았던 협회 측이 무리하게 기록인증에서 나서면서 한국기록에도 세계기록 인증서를 발급한 탓이었다. 대신 한국기록원이 올해 초 행정안전부 사단법인으로 등록되면서 기록 정리와 세계기네스 등록 자문 등 이전 기네스협회의 구실을 대신하고 있다.

한국기록원은 현장에서 검증을 한 뒤 한국기록 인증서를 수여한다. 만약 도전자가 세계 기록에 도전을 원하면 현장검증 자료를 만든 뒤 영국 기네스 본사에 보내 인증을 신청한다. 영국 본사에서는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심사를 거쳐 인정을 한다. 이 과정이 보통 짧게는 한달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린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김덕은 한국기록원장은 "누구나 신청하고 도전할 수 있지만 안전은 도전자 본인의 책임"이라며 "영국 기네스 본사에서도 사고를 우려해 줄타기나 번지점프, 맨몸 다이빙 등 위험한 도전은 없애는 추세"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기네스 기록이란?

세계 기네스 기록(Guinness Book of World Records)은 아일랜드 맥주회사 '기네스'가 세계 최고 기록만을 모아 해마다 발행하는 기록집이다. 1951년 양조회사 '기네스 브루어리'의 휴 비버 경이 사냥에서 놓친 골든 플로버(물새의 일종)가 유럽에서 가장 빠른 새인지 알아보려다 실패하자, 이 같은 특이한 기록을 모은 책을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됐다. 1년의 조사 과정을 거쳐 1955년 8월 최초의 기네스북이 발간됐는데 기네스북 영문판은 세계 7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22개국 언어로 번역돼 출판되고 있다.

▦한국의 이색 기록들

▷소형 버스를 민 어린이: 정형빈(8)군은 지난해 5월 경기도 부천에서 5천125㎏의 25인승 소형버스를 도구없이 손으로만 밀어 59초 만에 6m 20cm를 움직였다.

▷무결근 근무자 :송차섭(67)씨는 1961년 7월 31일 교원 초임 발령부터 2003년 8월 31일 정년퇴임까지 42년 1개월 동안 결근, 연가, 병가, 특별휴가, 지각, 조퇴 등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가장 긴 혀 : 모 교양프로그램에서 김성광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혀 기록 측정에서 8.5㎝를 기록했다.

▷국내 최다 직업 보유자: 한창기씨는 코미디언, 건축회사, 일본어 강사, 작가 등 무려 100개 이상의 직업을 거쳤다.

▷철봉회전 달인: 김규식(59)씨는 철봉 360도 회전을 3분 동안 111회나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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