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SF+뮤지컬+무협 '주성치표 짬뽕 판타지'…장강 7호

'장강 7호'는 주성치표 아동 판타지물이다.

주성치 영화의 매력은 절망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면 꿈은 이뤄진다는 것이다. 꿈을 위해 SF와 뮤지컬, 무협 등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갖가지 상황을 능청스럽게 갖다 붙이는 것 역시 주성치의 매력이다.

여기 또 지독히 가난한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아버지는 약한 몸으로 힘들게 공사판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꿈은 아들 샤오디(서교)가 훌륭한 인물이 되는 것. 힘들게 벌어 수업료 비싼 사립학교에 보낸다. 다 떨어진 신발을 기워 등교하는 샤오디는 아이들로부터 가난하다고 따돌림을 받는다. 강아지 로봇 장강호를 갖고 싶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어느 날 아버지는 쓰레기장에서 초록공을 주워온다. 머리의 꼭지를 돌리자 정체불명의 귀여운 생명체가 된다. 샤오디는 '장강 7호'라고 이름을 붙인다. '장강 7호'는 우주에서 온 외계 생명체다. '장강 7호'가 온 뒤로 깜짝 놀랄 일들이 잇따라 일어난다.

'뺀질 하거나, 혹은 엉성하거나'. 주성치 영화의 양대 캐릭터이다.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접촉도 하지 않으려는 샤오디의 담임선생님, '장강 1호'를 들고 뽐내는 쟈니를 비롯한 잘 사는 아이들과 거대한 덩치로 왕따 당하는 아이와 아버지를 비롯한 공사판의 허름한 군상들이 주류와 비주류로 맞붙는다. 여기에 한없이 예쁜 여선생님(장우기)이 한 떨기 꽃으로 중심을 이루고 있다.

제작, 각본, 감독에 주연까지 맡은 1인 4역의 주성치는 이번에는 샤오디와 장강 1호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슬쩍 뒤로 빠진다. 철저하게 아이들의 눈높이를 위한 배려이다.

이 영화는 주성치가 '쿵푸 허슬'에 이어 할리우드 제작사인 콜럼비아 트라이스타와 손 잡은 두 번째 영화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장강 7호'의 SF적인 활약에 할리우드 기술이 투입되면서 꽤 귀여운 캐릭터가 탄생했다.

슬랩스틱 코미디와 페이소스 짙은 캐릭터와 고약한 농담의 '주성치표 코미디'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유머는 점잖아졌고, '뺀질이'들에 대한 혹독한 보복도 약하고, 코믹한 상황도 줄었다.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다소 반듯해졌다. 무엇보다 전면에서 물러앉은 주성치가 아쉽다.

그래도 밥을 먹다가 바퀴벌레를 잡으면서 웃는 가난한 부자 등 정감 넘치는 장면과 '쿵푸 허슬'과 '소림축구'를 패러디하는 장면, '미션 임파서블2'에서 톰 크루즈처럼 샤오디가 담임선생님에게 선글라스를 던져주는 장면 등 주성치식 유머도 잘 박혀 있다.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는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다. 참고로 주성치의 아들로 나온 샤오디는 소년이 아니라 9세 소녀배우라는 것. 88분. 전체 관람가.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