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봐도 봐도 눈에 안들어오는 악보

"아니 그것도 모른단 말이요"공황 상태다. 그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내 모습과 아는 것도 잊어버리는 당혹감으로 멍해진다.

아는 거라곤 높은 음자리와 오선지 위의 기본 음자리 정도인데, 그대의 질문은 # 하나 붙으면, 으뜸음이 어쩌고. 갈수록 태산이다. 이 나이에 그런 소리나 듣고 앉아 있어야 하나 싶어 다 팽개치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행복해지기 위해 시작한 기타는 본래의 뜻과는 달리 커다란 애물단지다. 수업시간만 되면 긴장은 극대화되고, 선생님의 질문에 대비해 애써 외웠는데 돌아보면 또 안개 속을 헤맨다. 왜 이렇게 힘든 걸 시작해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건지. 혼자 노래 부르고 싶을 때 튕기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 나의 단세포적인 생각 탓이라는 걸 요즈음에야 깨닫는다.

무슨 일이든 쉬운 일은 결코 없다. 행복해지기 위한 과정이 이렇게 쓰고 독한 아픔의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고 해도 오늘의 타박을 견디다 보면 땅은 굳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언젠가는 한눈에 쏘옥 들어올 악보를 위하여 열심히 튕긴다. 눈물의 기타줄 이여…….

강선례(대구 동구 신천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