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 저녁 7시, 한국야구 역사가 시작된다

'한 번만 더 쿠바를 넘자' 이승엽의 2점 홈런과 김광현의 호투를 앞세워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을 2차례 연속 침몰시키고 결승전에 오른 한국 야구 대표팀이 미국을 10대2로 꺾은 아마야구 최강 쿠바와 23일 오후 7시 금메달을 놓고 일전을 벌인다.

쿠바에게 야구는 복싱과 함께 국가의 자존심인 종목.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를 따냈던 쿠바는 이번까지 더해 5회 연속 결승전에 진출했다. 호세 콘트라레스(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팀 주축 선수들이 끊임없이 미국으로 망명,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몸을 담았음에도 최강의 면모를 잃지 않았다.

한국에게도 그동안 쿠바는 쉽게 넘보기 어려운 존재였다. 올림픽에서는 1996년 애틀란타와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등 2번 맞섰으나 각각 11대14, 5대6으로 아쉽게 패했다. 1996년 대결 당시 5번 타자로 나서 5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한 안토니오 파체코는 이번에 감독으로 쿠바 선수단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베이징올림픽 전까지 한국이 쿠바에 승리한 것은 1999년 시드니에서 여린 제14회 대륙간컵 예선(4대3 승)이 유일하다. 2000년 이후 한국은 공식 경기에서 쿠바에 1승9패로 열세. 그러나 단기전 승부는 쉽게 점칠 수 없다.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19일 예선서 이미 쿠바를 7대4로 누른 한국은 8전 전승으로 결승에 올라 팀 분위기가 최고조다.

한국의 선발 투수는 류현진. 올해 팔꿈치 통증과 피로 누적으로 프로 무대에서 예년만 못한 위력을 보여 우려를 자아냈으나 15일 캐나다전에서 안타 5개만 맞고 삼진 12개를 솎아내며 완봉승, 제 컨디션을 찾았다. 일찌감치 4강행을 확정한 한국은 류현진을 일부러 아껴뒀다가 결승전에서 팀 타율이 0.312에 이르는 쿠바 타선을 봉쇄하라는 임무를 맡겼다.

알렉세이 벨, 프레데릭 세페다, 알프레도 데스파이네 등이 특히 류현진이 조심해야할 대상. 벨은 타율 0.517, 장타율 1.000에다 9타점을 올린 강타자다. 세페다(타율 0.348)도 2홈런, 5타점을 기록했고 데스파이네(0.387)는 홈런 3개에 무려 12타점을 뽑아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테이블 세터' 히오르비스 두베르겔, 미첼 엔리케스의 빠른 발도 주의해야 한다.

팀 타율 0.289에 이르는 한국의 방망이도 만만치 않다. 김현수(타율 0.435)와 김동주(0.333)에다 3홈런에 10타점을 쓸어담은 이대호(0.429)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이 위력적이고 이용규(0.458), 강민호와 이진영(이상 0.333), 정근우(타율 0.310) 등이 중심 타선을 앞뒤에서 잘 받쳐주고 있다. 일본전에서 홈런포를 가동한 이승엽까지 더하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

한국은 연일 손에 땀을 자아내는 접전 속에서 당당히 결승전에 오르며 이미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한 발만 더 디디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후회 없는 한판을 펼칠 일만 남았다. 한국이 최강 쿠바를 꺾고 금메달 낭보를 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베이징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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