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복거일의 시사코멘트] 민주당의 이념적 행로

마침내 국회가 정상화되었다. 임기가 시작된 지 82일 만이다. 어느 정당도 책임이 없을 수 없겠지만, 가장 큰 책임은 제일야당인 민주당에게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가 시작된 뒤, 민주당은 줄곧 거리 시위에 공식적으로 참여했다.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인간 광우병' 위험이 그런 시위를 불렀다는 사정을 떠나서, 국회의원들이 시위에 나선 것은 무책임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국회는 바로 '쇠고기 파동'과 같은 일들을 다루어 해결책을 찾는 기구다. 국회를 버리고 거리 시위에 합류함으로써,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본분을 저버렸다.

'촛불 집회'의 명분과 동력이 사라지자, 민주당은 뒤늦게 국회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 선회의 곤혹스러움에서 벗어나려고, 민주당은 여당에 '가축전염병예방법'의 개정을 등원의 조건으로 내놓았다. 그런 태도도 옳지 못했다. 개정안의 내용도 문제적이었지만, 국회 밖에서 법안의 내용을 협상하자고 나선 일 자체가 이치에 어긋났다.

이처럼 민주당의 행태는 걱정스럽다. 원래 노무현 정권 말기에 어지러운 이합집산을 거쳐 나온 정당이라 시민들의 기대를 받지 못했고, 대통령 선거에선 큰 차이로 졌다. 그래도 총선거 뒤 민주당이 보여온 행태는 너무 비정상적이다.

민주당이 보여온 비정상적 행태는 현재의 정치적 상황으로 일단 설명될 수 있다. 여당은 다수당이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지도력 부족으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따라서 소수당인 민주당으로선 극단적으로 대립적인 자세를 보여야, 여당으로부터 가장 많은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훨씬 근본적 이유는 민주당의 겪는 이념적 혼란이다. 민주당은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에 참여했던 세력으로 이루어졌고 그 정권들의 이념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그 정권들이 시도한 '사회주의 실험'은 비참하게 끝났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시민들의 심판을 받았다. 사회주의가 정치적 압제와 경제적 빈곤을 부르는 이념임이 이미 증명되었으므로, 그런 결과는 예정된 것이었다.

당연히, 민주당은 자신의 이념적 지향을 수정해야 했다. 안타깝게도, 민주당은 그런 일을 시도하지 않았고 본능적으로 사회주의에 매달린다. 그런 태도는 경제 분야를 넘어,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회의, 헌법의 정신에 어긋나는 정책들, 미국에 대한 반감, 북한에 대한 호의적 태도를 포함한다. 이번 광복절에 정부가 건국 60주년을 기린 일을 민주당이 비판한 것은 많은 시민들을 실망시켰다. 건국의 의미를 그리 낮추면서, 어떻게 이 나라를 이끌겠다는 애기인가?

단단한 이념적 입지가 없으면, 야당은 대안적 정책들을 내놓을 수 없다. 그저 모든 논점들에서 집권 세력과 싸워 정치적 이익을 얻는 전술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전술은 단기적으로는 이득을 주지만, 선거에서 이겨 정권을 차지하는 데는 해롭다. 물론 사회에도 큰 손실을 끼친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주의에 기운 정당은 설 땅이 좁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회의와 북한에 대한 호의적 태도는 다수 시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현 정권에 대한 지지가 낮아도,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 점을 말해준다. 이제 민주당은 자신의 이념적 행로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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