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은 '눈물의 올림픽'이었다.
22일 야구 준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에 6대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일본의 마지막 타자 아베 신노스케의 직선타성 타구를 잡은 외야구 이용규(KIA)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한동안 숨죽여 눈물을 삼켰다. 대표팀에서 제외됐다가 마지막 순간에 합류한 투수 윤석민은 이날 경기에서 마지막에 나와 승리를 지킨 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4번 타자이면서도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해 마음 고생이 심하던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도 이날 역전 투런 홈런을 날린 뒤 경기가 끝나고 후배들이 눈물을 훔치자 눈시울을 붉혔다.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의 눈물도 인상적이었다. 장미란은 금메달이 확정되자 다소곳이 앉아 기도하는 자세로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흘렸다. 체조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팀의 눈물도 눈길을 끌었다. 천이빙은 동료를 얼싸안으며 믿기 힘들다는 듯 전광판 쪽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여자 유도 63㎏급에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일본의 다니모토 아유미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였고 여자체조 개인종합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의 '체조 요정' 나스탸 류킨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당당한 표정이었다. 베트남 이민자의 딸인 캐럴 윈(캐나다)은 여자 레슬링 48kg급에서 우승한 후 시상대에서 그간의 설움이 복받치는 듯 한 손에 금메달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유도의 최민호는 지난 시절의 고생스런 기억을 떠올리며 엉엉 울었고 그의 결승 상대 루드비히 파이셔(오스트리아)는 포옹하며 따뜻하게 그를 다독였다.
패배의 슬픈 눈물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다. 여자축구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미국에 패배한 캐나다 선수들은 허탈함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렸고 마루운동에서 고배를 마신 중국 여자 체조의 간판 청페이도 슬픔의 눈물을 떨구었다.
'마라톤 여왕' 폴라 래드클리프(영국)는 올림픽 징크스를 떨치지 못해 눈물을 머금어야 했고 펜싱 단체전에서 석패한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도 아쉬움의 눈물을 닦아야 했다. 한국 여자농구에 패한 라트비아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며 코트를 떠났고 '황색 탄환' 류시앙의 코치인 순하이펑은 그의 올림픽 기권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뿌렸다. 독일에 분패한 일본 여자 하키 선수들 역시 흘러나오는 눈물을 어쩌지 못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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