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韓야구 올림픽 활약, 야구 발전 기폭제로 삼아야

베이징에서 한국 야구가 미국, 쿠바를 예선에서 누르고 일본은 준결승전까지 두 차례 연속으로 꺾는 등 성가를 높이면서 26일부터 재개되는 프로야구에도 관심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야구의 인기가 저변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한국 야구의 미래는 결코 희망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2000년 이전 한국 축구의 국제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메뉴' 중 하나가 쓸 만한 잔디구장이 없어 맨 땅에서 공을 차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는 등 축구 열기가 폭발하자 전국에 잔디 구장이 속속 들어섰다. 대표팀이 경기를 제대로 못 해도 더 이상 잔디 탓을 할 수 없게 됐을 정도다.

야구는 이미 인기를 시설 확충 등으로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놓쳤다.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일본을 2번이나 꺾고 미국마저 무너뜨리는 등 수 차례 명승부를 연출하며 2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줘 국민들의 관심도 집중됐지만 그 뿐이었다. 야구장 신축 이야기는 여러 번 흘러나왔지만 아직 착공에 들어간 곳은 한 곳도 없다.

대구와 광주의 야구장은 새로 짓지 않으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낡았다. 선수들 뿐 아니라 관중들에게 안락함을 제공하기엔 턱없는 시설들이다. 그럼에도 야구장 신축은 아직 안갯속. 돔 구장을 신축하기로 한 대구시도 민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언제 야구장 건설의 첫 삽을 뜨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더구나 야구를 하려는 어린 선수들은 갈수록 줄고 있다. 최근 만난 대구의 한 중학교 야구팀 감독은 "초등학교에서 잘 하는 아이들을 뽑아 쓴다는 것은 옛말이다. 팀을 꾸리려면 실력에 관계없이 다 선수로 써야할 판"이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 초교 야구부가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대구만 아니고 야구 열기가 높다는 부산도 마찬가지.

요즘 초·중학생들은 국내 야구 선수보다 외국 축구 선수의 이름을 더 꿰고 있다고 한다. 야구는 점점 마니아들만의 스포츠로 전락해가는 모양새다. 한국 야구의 10년, 20년 후를 생각한다면 KBO(한국야구위원회)는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 때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길 필요가 있다. 다음 기회를 찾을 때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베이징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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