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탓과 덕

지구촌의 스포츠 축제 올림픽이 끝났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여름은 며칠째 계속된 열대야로 우리를 잠 못 들게 만들었다.

베이징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향토궁사 윤옥희는 우승소감에서 "여기까지 응원 온 부모님 덕"이라고 했다. 이 종목 개인전에서 아쉽게 은메달에 그친 박성현은 "선배들이 이룬 6회 연속 우승 기록을 잇지 못해 죄송하다."라며 한국의 올림픽 7연패 좌절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우리가 결과를 놓고 잘되었을 때와 잘못되었을 때 사용하는 말로 '탓'과 '덕'을 쓴다. 이때 두 단어의 뜻을 구분하지 못해 잘못 표기하는 愚(우)를 간혹 범하기도 한다.

"일본 도쿄도청사는 54층 전망대가 무료인 탓에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서늘한 밤 열대야 끝났나…복사냉각 탓에 일시적."

도쿄도청사에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원인으로 지목된 '무료입장'을 과연 탓할 수 있겠는가. 지긋지긋한 열대야로 고통을 겪다 '복사냉각이 발생'해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면서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과연 탓해야 할까.

도쿄도청사 무료입장이나 복사냉각으로 인해 열대야가 끝났으면 '덕'이 되지 결코 '탓'일 수는 없다.

'탓'은 주로 부정적인 현상이 생겨난 까닭이나 원인, 구실이나 핑계로 삼아 원망하거나 나무라는 일을 뜻한다. 예를 들면 "남의 탓으로 돌리다." "어제 실수는 술이 과한 탓이네." "못되면 조상 탓만 한다." "그는 급한 성격 탓에 나와 충돌이 잦다."

'덕'은 인격적 능력이나,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 또는 행동 외에도

덕분을 줄여서 쓰는 말로서 "덕이 높다." "덕을 베풀다." "자네 덕에 일이 잘 되었네." "나는 부모님 잘 둔 덕에 별 어려움 없이 자랐다." 등으로 쓰인다.

'탓'은 부정적인 반면에 이와 대비되는 뜻으로 사용되는 '덕'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탓'인지 '덕'인지 구분하기 애매하면 '도쿄도청사가 무료인 때문에'라든지 '열대야가 끝난 게 복사냉각 이유'라고 표기하자.

"모두가 서로 '네 탓'을 하고 있다. 쇠고기 정국 이후 정부는 '촛불집회 탓' 'PD수첩 탓'을 해대고 있고 '전임 노무현 정부 탓'도 한다. 야당에선 모두 '이명박 정부 탓'을 한다. 장사가 안 되면 '나라 탓'이고 '경기 탓'이다.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내 눈의 대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의 티끌만 탓한다'며 이를 제대로 짚어냈다."

이 모두가 남의 탓일까. 이젠 남의 탓만 하지 말고 누구 덕이라고도 하고, 꼭 탓하고 싶을 때는 '네 탓' 말고 '내 탓'만 하자.

성병휘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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