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출퇴근하는 것도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길이 됩니다."
금융위원회의 권혁세(52) 상임위원은 "대구나 대구보다 규모가 작은 지역의 경우 출퇴근 거리가 자동차로 30분 이내가 대부분일텐데 구태여 자동차를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바꿔 친환경·에너지 절약 도시를 지향해 나가는 게 지역이 살 길이라는 것.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탈 경우 유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고 국가적으로도 경상수지가 대폭 개선되는 등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단다.
대구경북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선 또한 "지자체가 경제적인 마인드를 갖춘 민간 전문가들을 스카우트, 대형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한편 외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시장·도지사를 비롯한 지자체의 핵심 간부들이 공무원 마인드에 머물러 있게 되면 각종 프로젝트를 짜내고 경제를 되살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권 상임위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동안 서·남해안에 초점을 맞춘 'L자형 개발'이 계속되는 바람에 지역이 소외돼 왔고 수도권의 돈은 서남해안 쪽으로만 흘러 들어갔다"고 지적한 뒤 "이를 막기 위해서도 동해안 개발이 시급하다"며 관광산업 벨트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대구와 구미·포항을 연계, 첨단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시·도가 협조 체제를 통해 관련 프로젝트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 "이명박 대통령이 지역출신이니까 알아서 해 주겠지라는 식으로 뒷짐을 져서는 안되며, 프로젝트를 직접 만들어 놓고 정부를 적극 설득해야 합니다. 과거 정권 때 호남이나 부산·경남이 그렇게 했습니다."
그는 지역내 금융 산업 육성도 시급함을 지적했다. 부산은 증권선물거래소와 기술보증보험 등을 기반으로 금융 허브를 지향하고 있는데 반해 대구는 여건이 훨씬 열악한 상황인만큼 대구은행을 중심으로 지역을 망라할 수 있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란다. 지역 금융을 키우는 게 지역 경제를 키우는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그는 공직생활 29년동안 국세청과 재무부·재경부·청와대·총리실·금융위원회 등을 두루 거침으로써 미시와 거시 경제 부문 모두에서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몇 안되는 경제 관료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부침도 심했다고 한다. 전두환·노태우 정부 때는 승승장구했으나, 김영삼 정부 들어서는 한직으로 밀려났다가 김대중 정부 때 다시 요직으로 발탁되는가 싶더니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5년동안 단 한차례도 승진하지 못했다.
뜻하지 않게 정치 바람을 많이 탔던 셈인데 사실 이 같은 부침은 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경제 관련 부처의 지역 출신 공무원들 중 1급 이상으로 '생존'해 있는 경우가 자신을 포함, 1, 2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란다.
사무관으로 활동하던 80∼90년대 초반에는 국세청에 이어 재무부의 세제국과 증권보험국·이재국·재무정책국 등 요직을 거치며 국내외 보험 시장 개방 업무를 맡았고 외환 선진화 작업단에도 참가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90년대 초·중반때는 국제협력단(KOICA) 파견과 해외 유학으로 4년을 보내는 등 공무원으로서는 '유랑 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해 버렸다.
뒤 이어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자 자신의 진로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으나 외환 선진화 작업단에서 활동했던 경력 덕에 기사회생할 수 있게 됐단다. 재경부 장관으로 임명된 재무부 국장 출신 인사가 그의 능력을 인정, 재경부의 외환선진화작업단 총괄반장으로 발탁했던 것. 그는 또한 행정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IMF 사태에 따른 대기업 구조 조정 업무를 맡아 마무리 지은 뒤 재경부 부이사관, 총리실 이사관으로 승진함으로써 행시 동기들보다 2, 3년 앞질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승진에서 계속 밀리다가 새 정부가 출범한 올해 초 1급으로 승진했다.
대구 출신으로 대구중·경북고·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들어섰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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