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결산 베이징올림픽] '안전'은 만점…'인권'은 0점

결산 베이징올림픽…(상)원활한 대회운영

베이징올림픽이 24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은 개최국 중국이 막대한 물량 공세를 퍼부으며 7년간 준비해 온 끝에 8일 개막돼 17일간의 열전을 치렀다. 아시아에서 20년만에 열린 베이징올림픽을 총결산해본다.

올림픽 전에 터져 나온 티베트 유혈사태와 쓰촨성 지진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회 운영은 전반적인 면에서 합격점을 줄 만했다. 대회조직위원회는 100만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를 투입, 원활한 대회 운영을 도왔다.

당초 우려됐던 베이징의 대기오염도 중국 당국의 강력한 통제로 경기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베이징 시내와 인근 도시의 공장 500여개의 가동을 중지시켰고 자동차 홀짝제를 시행, 운행 대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중국 당국의 이같은 통제는 장애인 올림픽이 끝나는 9월2일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강력한 통제로 이뤄진 원활한 대회 운영 뒤에는 기대와는 달랐던 경제 사정, 정부 입김이 묻어나는 언론 보도, 성숙하지 못한 시민 의식, 배타적인 애국주의 등 어두운 그늘이 있었다.

베이징올림픽은 '통제 올림픽'으로 불릴 정도로 베이징 시내 곳곳에서 검문과 검색, 통제가 일반화됐다. 티베트 관련 인터넷 사이트가 폐쇄되는가 하면 천안문 광장에서의 보도도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보도 통제가 이어져 각국 기자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대회 도중 산발적으로 이어지던 티베트 관련 시위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중국 공안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풀려난 것은 인권에 관한 중국의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

또 베이징의 택시 기사들이나 식당 주인들은 대부분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중국 당국은 올림픽 기간 동안 50여만명의 외국인이 찾았다고 했지만 경기장과 거리에 보이는 외국인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안전 올림픽'을 치른다며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한 것은 올림픽 특수를 누리기 힘들게 만들었다.

대형 트럭들의 베이징 진입을 막는 바람에 물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물가가 올랐다는 불만도 나온다.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의 배를 채워주던 노점상들은 거리 미관을 해친다며 모두 정리됐다. 베이징의 한 시민은 "손님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장애인올림픽 때도 통제가 여전할 텐데 걱정스럽다. 두달 동안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게 얼마나 불편하고 힘든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고 전했다.

개인의 목소리를 제한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 역시 변한 것이 없다. 대회 전 올림픽 시위 전용구역 3곳을 지정하면서 자유로운 시위를 허용한다고 했지만 정작 시위를 허가한 적은 없다. 왕웨이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 부위원장 겸 대변인은 이에 대해 '원활한 대회 운영', '서로 이해를 높이고 우정을 쌓는 올림픽 정신' 등 초점이 빗나간 답변만 할 뿐이었다.

경기 순간 정숙함을 유지하는 것이 관례인 양궁장, 테니스장 등에서 야유와 호루라기 소리 등 잡음으로 자국 선수를 응원하려 한 중국 관중들의 관전 태도도 고개를 젓게 만들었다. 종목에 상관없이, 중국 선수단이 아니더라도 무조건 한국과 일본의 상대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올림픽 후에도 이들이 과연 주변국들에 이해와 우정을 말할 지 의심스러워졌다.

베이징에서 채정민·노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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