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서상우·17)을 조기유학 보낸 장영희(47·여·대구 수성구 만촌1동)씨. 그녀의 '자녀 조기 유학 일기'는 아직 진행형이다. "유학을 보내기 전후로 정말 노심초사했죠. 하지만 1년 동안 아들이 외국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 적응하고 있구나' 느꼈죠. 한편으론 안심을 하면서도 지금부터 시작이란 생각에 여전히 걱정이 앞서요."
상우의 유학은 순전히 상우의 의지 때문이었다. 중2 여름방학 때부터 상우가 조기유학 이야기를 꺼낸 것. 조기 유학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장씨 부부는 처음에 만류했다. 하지만 상우는 6개월 동안 조기유학을 보내달라고 졸랐고 할 수 없이 유학 결정을 내린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호주나 미국으로 여행을 자주 다녔어요. 그래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봐요." 상우는 사실 열심히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반에서 중상위권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곤 있지만 집중력이 좀 떨어지고 산만했다는 것. 그렇다보니 공부한다고 책상에 오랫동안 앉아있질 못했다는 것이다. "상우는 기계조립이나 손으로 만지는 것을 무척 좋아했어요. 그래서 꿈이 로봇공학을 전공하는 것이죠."
하지만 상우는 외국에 가면 열심히 하겠다고 자꾸 부모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장씨 부부는 주위의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조기유학 경험이 있는 부모들에게 조언을 많이 들었던 것. 하지만 대부분은 혼자 보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조기유학을 떠난 많은 학생들이 외국에서 나쁜 유혹에 빠져 제대로 공부를 안 한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당시 고3 형이 있어 장씨가 같이 떠날 형편이 아니었다.
그러다 미국의 지인을 통해 일단 공립학교 교환학생으로 보내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교환학생으로 보내면 1년 후 여건이 마땅치 않을 경우 국내 고교로 복귀할 수 있어 안전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더구나 영어를 개인적으로 가르치던 교포 강사도 상우의 경우 혼자 보내도 될 거라고 힘을 실어줘 결국 오랜 고민 끝에 상우 혼자 유학을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가게 된 곳이 '오클라호마 퍼블릭 하이스쿨'이었다. 이 곳은 미국에서도 외딴 곳이라 다행히 한국 학생이 없었다. "학교에 한국 학생이 많으면 한국 학생끼리만 어울리게 되고 공부를 소홀히 하기 십상이죠. 심한 경우 물건을 산 후 계산할 때도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홈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인 가정에서 생활했다. 그렇다보니 영어 하나만큼은 확실히 배울 수 있었다는 것. 또 학교 규율이 엄격해 통화도 한 달에 한 차례 정도밖에 못했다.
"상우가 처음 3개월 동안은 무척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살도 7, 8㎏이나 빠지고 한날은 서럽고 힘들어서인지 엉엉 울더라고요. 인종 차별도 은연 중에 있고 한국인은 자기 혼자뿐이니까 힘든 점이 많았을 거예요. 더구나 권총 강도까지 만나 돈도 빼았기는 일도 있었죠. 그 때마다 부모한테 더 이상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라고 다독였죠."
다행히 아들은 현지 생활에 서서히 적응해갔다. 상우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먼저 말을 걸면서 노력했고 공부도 국내에 있을 때보다 몇 배 열심히 했다. 그 결과, 성적도 최상위권을 유지했고 교내 농구 주전선수로도 활동하는 등 생각보다 훨씬 잘 적응했다는 것. "항상 부모 밑에 있다가 혼자 미국에 가서 생활하니까 책임감과 자립심이 무척 강해진 것 같아요. 또 목표 의식도 뚜렷해지고요." 상우는 지난 6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고 8월 초에 다시 미국의 '뱅거 크리스천 하이스쿨'에 진학했다.
장씨는 조기유학을 보내기에 앞서 학생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이 가고 싶어 해야 책임감도 갖고 목표 의식도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그에 못지 않게 영어도 확실히 준비해가야 한단다. "미국에서 공부하다보면 영어가 가장 큰 장애거든요. 상우는 가기 전 6개월 전부터 미국 영화 DVD를 매일 2편씩 봤어요. 그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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