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야 놀자] 비교우위론의 허와 실

고등교육을 받지 않고서도 세계적인 학자가 됐다면 상당히 놀랄만한 일일 것이다. 리카도(David Ricardo)는 대학 문턱에도 못 가봤다. 그러나 그는 어떤 학자들보다 탁월한 능력으로 경제 이론을 파고들었다. 그의 천재성이 발휘된 대표적인 업적은 비교우위론이다. 비교우위란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특정 재화를 생산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인 경우 그 재화에 대해 비교우위를 갖는다는 것이다. 즉, 두 나라 중 어느 재화의 생산에 있어 그 재화의 기회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가 비교우위를 지닌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한국과 미국의 쇠고기와 자동차 생산에 있어,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자동차 생산을 특화하고 미국이 쇠고기 생산을 특화해서 무역으로 교환하게 되면 두 나라 모두 이익이 된다는 원리다. 이론상 설명만으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이렇게 현실이 경제 이론만으로 딱 맞아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경제학 이론의 현실 적용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좀 더 살펴보자.

간디 영화를 본 사람들은 모두 기억할 것이다. 간디가 어딜 가나 들고 다니던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물레'다. 간디가 직접 물레를 돌리게 된 이유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면 자급자족의 강조이다. 인도를 지배하고 있었던 영국은 인도에 비해 산업화로 면직물을 더 싸게 대량 공급할 수 있는 비교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인도는 영국에서 면직물 수입하고 대신 비교우위에 있는 홍차를 생산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즉, 인도에서 가내 수공업에 의한 비효율적인 면직물을 생산하기보다는 홍차를 특화해서 생산하면 경제적으로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교우위에 따르면 두 번 물어볼 것도 없이 맞는 말이다. 그래서 물레를 들고 다니면서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을 거부한 간디가 '인도의 경제 성장 실패의 원인 제공자'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간디가 제시한 메시지는 비교우위 이론으로 도출된 이익 그 이상이었다. 간디가 물레를 돌린 행동은 인도인들에게 그들의 산업을 다시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미를 던져 주고, 영국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으로 영국에 타격을 주어 저항과 비폭력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우리의 예를 살펴보자. 몇 년 전 한국이 마늘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10배 이상 인상하자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를 수입금지 시키는 보복조치를 했다. 마늘 수입 1천500만달러를 규제하려다 5억 달러를 보복 당했다고 연일 신문 지상에 올랐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따르자면 한국은 중국에 대해 비교우위에 있는 휴대전화를 집중 생산하는 것이 맞고 중국은 비교우위에 있는 마늘을 생산해서 교역하는 것이 양국 모두에 이득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비교우위론이 옳다고 해도 '휴대전화 특화와 마늘 수입론'은 중대한 결함을 숨기고 있다. 우리나라가 휴대전화를 특화한다면 기존의 마늘농사를 짓는데 투입됐던 생산요소가 모두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데로 이동해야 한다. 마늘 농사를 짓던 사람들을 휴대전화 단말기를 생산하는 공장에 모두 취직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평균연령이 환갑을 지난 농민들은 마늘 농사를 포기할 뿐이다. 그렇다면 비교우위에 따른 이익은 누구에게 가는 것일까? 바로 휴대전화 생산업자에게 돌아간다. 휴대전화 생산업자의 이익 중 일부는 마늘 농사를 짓던 농민들의 이익을 가져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휴대전화 특화와 마늘 수입론'이 공리주의를 가정한다면 국가경제에는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먼저 휴대전화 수출로 얻는 이득에서 마늘농가의 손실을 보전해 줘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적인 보전 수준은 비교우위 실현보다 더 어렵기 마련이다.

박경원(대구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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